새해를 맞아 기업공개(IPO) 시장도 힘차게 문을 열어젖혔지만 막상 상장을 눈 앞에 둔 기업들은 조심스런 분위기다. 기관 투자자들이 상장 주식을 비싸게 사겠다고 달려들어도 정작 상장 예비 기업들은 ‘적정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기 바쁘다. 업계에선 최근 불안한 증시 분위기를 감안해 기업들이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지는 낭패를 막기 위해 처음부터 ‘보수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IPO 시장 분위기는 꽤 활발하다. 지난해 말 카카오게임즈 등 IPO를 준비하던 기업들이 줄줄이 물러나며 묶여있던 ‘공모주 투잣돈’들이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첫 IPO인 핀테크 기업 ‘웹케시’의 수요예측에는 800여개 넘는 기관투자자가 몰려 경쟁률만 614대 1을 기록했다. 뒤이어 진행된 여행상품 직판 업계 1위 ‘노랑풍선’ 수요예측에도 1,000여개 기관투자자들이 몰려 97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IPO는 기업이 증권시장에 주식을 공개하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제도인데, 상장 전 시장에서 원하는 수량과 가격을 미리 점쳐보는 ‘수요예측’을 거친다. 경쟁률이 높을수록 해당 기업 주식을 원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경쟁자가 많은 만큼 자연히 공모 가격대도 높게 형성됐다. 수요예측에선 기업이 주식을 자체 평가해 팔고 싶은 가격 범위(희망밴드)를 제시하고 투자자는 이 범위를 참고해 원하는 매수 가격을 써낸다. 인기 높은 기업엔 희망밴드의 꼭대기나 그를 넘어서는 가격에도 투자자가 몰린다.
실제 웹케시는 희망밴드를 2만4,000~2만6,000원으로 제시했는데,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 중 95.5%가 ‘2만6,000원 이상’에 사겠다고 답했다. 노랑풍선의 희망밴드는 1만5,500~1만9,000원이었지만, 기관 투자자 중 68.47%는 희망밴드 최고가보다 더 비싼 ‘2만원 이상’에 몰렸다. 심지어 무조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아예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기관 투자자도 20.59%에 달했다.
이런 뜨거운 열기에도 정작 해당 기업들이 최종적으로 시장에 내놓겠다고 한 공모주의 가격은 ‘차분’하기만 하다. 웹케시는 최종 공모가를 2만6,000원으로 결정했다. 대부분 투자자가 2만6,000원 이상을 불렀지만, 자신들의 애초 희망밴드 안에서 가격을 결정한 것이다.
노랑풍선은 2만원으로 결정했다. 희망밴드 최고가격인 1만9,000원보다 1,000원 비싸지만 투자자들이 2만원 이상, 심지어 가격과 관계없이 사겠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결정할 수 있는 범위 가운데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결정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기업들이 ‘IPO 이후’의 증시 상황에 더 무게를 둔 전략을 폈다고 분석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초 2,500선까지 넘나들던 증시가 올해는 2,000~2,100선 박스권을 횡보하고 있고, 코스닥 역시 지난해 초 900선 돌파를 뒤로 하고 600후반~700초반대에 정체돼 있다”며 “상장 이후 공모가보다 주가가 떨어져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상황을 막기 위해 두 기업 모두 보수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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