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 반경 3m 안에서 일어나는 일부터 변화시켜보자는 겁니다.”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face)’ 조소담(28) 대표가 말하는 ‘새로운 상식’은 거창한 대의가 아니다. 질책 받는 보육교사들의 속사정을 들어보고, 여성의 목소리가 배제된 낙태죄에 관해 고찰하고,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 참석한 조 대표는 “우리 세대가 맞이해야 할 세상, 변화의 지점에서 가장 필요한 건 우리의 목소리”라며 “같은 사회 현상도 밀레니얼 세대의 시각에서 다르게 풀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닷페이스’는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던 조 대표가 경기도와 SBS가 주최한 스타트업 발굴 경진대회에 참가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어 2016년 창립했다. 가해자의 시선으로 진행하는 콘텐츠나, 암암리에 성행하는 문제 현장을 밀착 취재하면서 2030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그 덕분에 닷페이스는 3년 만에 유튜브 구독자 약 13만4,000명을 보유한 대안미디어로 성장했다. 조 대표는 2017년 포브스 선정 ‘아시아의 30세 이하의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에 이름을 올렸고,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닷페이스는 2017년 12월 미성년자를 성매수하려는 남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 콘텐츠 ‘H.I.M 프로젝트’(Here I am)를 공개한 직후 구독자가 크게 늘었다. ‘H.I.M 프로젝트’의 첫 번째 콘텐츠 ‘즐거운 채팅-교복 챙겨왔어?’는 페이스북 조회 수 165만건 이상을 달성했다. ‘H.I.M 프로젝트’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서명운동을 이끌며 세상 변화를 위한 사람들의 동참을 끌어냈다.
조 대표는 “영상 유통이 일반적 문법이 되긴 했지만, 우리는 같은 이슈를 다르게 생각하고 공들여 전달한다”며 “말하기 불편한 주제에 대해 젊은 세대가 필요로 하는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타이마사지 성매매, 에이즈, 낙태죄 등 민감한 주제들을 다루기 때문에 취재 과정이 녹록지는 않다. 지난해 성소수자 정체성 전환 치료를 행하는 기도원을 취재할 때는 대부분의 화면을 모자이크 처리해야만 했다. 부모에 이끌려 강제로 전환 치료를 받은 피해자들은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조 대표는 “실태를 고발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지만, 취재원을 보호하면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조 대표는 영상 게재에 그치지 않고 특정 주제를 사회 활동으로 확장시키는 노력을 닷페이스의 장점으로 꼽았다. 지난해 장애인 이야기를 다루는 10대 유튜브 크리에이터 ‘굴러라 구르님’과의 인터뷰 이후 닷페이스는 10대들의 이슈를 풀어보는 미디어캠프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캠페인이나 입법 개정 운동을 이끌 한인 문제 관련 시리즈도 계획 중이다. 그보다 먼저 아시아지역 이주민들이 음식을 통해 어떻게 정체성을 풀어가는지에 관한 ‘소울푸드’ 콘텐츠를 공개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사회의 작은 변화를 이끌어 닷페이스를 버젓한 주류 미디어로 세우고 싶다”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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