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성 “한국과 협의 중단”… 국방부 “객관적 검증 필요” 반박
일본 방위성이 21일 한일 간 ‘레이더 조사(照射ㆍ겨냥해 쏨)’ 갈등과 관련해 자국 초계기의 레이더 경보 수신기가 탐지한 소리를 ‘새로운 증거’라며 공개했다. 아울러 “더 이상의 국방당국 간 실무협의로는 진실 규명이 어렵다”며 한국과의 협의 중단을 발표했다. 한국 국방부는 일본이 공개한 자료는 실체가 없어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고즉각 반박했다.
방위성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한국 레이더 조사 사안에 대한 최종 견해에 대해’라는성명을 통해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 “한국 구축함의 해상자위대 P-1 초계기에 대한 사격통제레이더 조사를 다시 한번 강력히 항의하고 한국 측에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철저히 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향후 대응과 관련해 “한국 측에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사실을 인정하려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며 “레이더 조사 유무에 대한 실무자 협의를 계속하는 것은 더 이상 곤란하다고 판단했다”며 협의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한일, 한미일 방위협력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방위성은 성명과 함께 18초가량의 사격통제레이더(STIR) 소리와 21초가량의 수색 레이더 소리를 담은 파일을 공개했다. 공개된 탐지음은 초계기 P-1의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에 기록된 것으로, RWR은 레이더 전자파를 음으로 전환하는 장치다. 사격통제레이더는 표적(초계기)을 계속 조준하기 때문에 ‘삐~’소리가 강하게 18초간 지속되는 반면, 수색 레이더는 360도로 회전하면서 물체를 찾기 때문에 ‘삐, 삐, 삐’ 소리가 짧게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이번에 공개한 탐지음이 자국 초계기를 향해 한국 해군 구축함이 사격통제레이더를 조사한 증거라는 게 일본 측 주장이다.
한국 국방부는 일측 주장에 강력 반발했다.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일측이 근거자료 제시 없이 이른바 전자파 접촉음만을 공개한 뒤 사실 관계를 검증하기 위한 양국간 협의를 중단한다고 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로는 우리가 요구해온 ‘(초계기의 레이더) 탐지 일시, 방위각, 전자파 특성’ 등을 전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국방부 입장이다. 최 대변인은 “이번 사안의 본질은 인도주의적 구조활동 중인 우리 함정에 대한 일 초계기의저공위협비행”이라고 강조했다.
방위성은 일본의 최종견해를 담은 성명서를 일본어와 한국어는 물론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10개 언어로 작성해 전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전했다. 일본이 초계기가 촬영한 영상을 3개 언어로 공개한 뒤, 한국이 이를 오히려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의 증거라고 8개 언어로 영상을 제작한 데 따른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 진위를 가리는 소모전을 벌이기보다 국제사회에 자국의 정당성을 알리는 여론전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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