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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한파에... 글로벌 경기가 떨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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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한파에... 글로벌 경기가 떨고있다

입력
2019.01.22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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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호주 시드니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한 지역 중 하나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 세빌스에 따르면 시드니의 평방 피트(0.028평)당 평균 최고가격은 2013년 664호주달러(53만원)에서 2017년 12월 1,061달러(85만원)로 60% 상승했다. 그러나 활황을 띠던 시드니의 지난해 평균 주택가격은 전년 고점 대비 11.1% 떨어졌고 300만 달러 이상 주택 거래도 30% 줄었다.

주택 경기 냉각은 시드니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은 물론이고 국내 부동산 시장 역시 빠르게 식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 둔화 우려가 높은 가운데 대표적 실물 자산인 부동산마저 꺾일 경우 글로벌 경기 하강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지난해 꺾인 부동산 가격

21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2017년 세계 주요 도시의 집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설 만큼 치솟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00년을 기준(100)으로 산정한 세계 주택가격 지수는 2017년 4분기 160.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전 부동산 가격거품이 극대화됐던 2008년의 최고치(159.0)보다도 높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분위기는 반전됐다. 작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20개국의 주택 가격이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하락세로 돌아섰다. 캐나다의 주택가격지수 상승률은 2017년 3.5%에서 지난해 3분기 0.4%로 꾸준히 떨어졌고, 스웨덴은 지난해 2분기 주택가격지수가 전년동기보다 1.7% 하락 전환하기도 했다. 지난해 ‘나홀로 경기 호황’을 누린 미국 역시 주택 가격은 작년 1분기 이후 상승률이 둔화되는 추세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평당 가격이 1억원을 넘어 ‘미친 집값’으로 악명 높은 홍콩은 지난해 8월부터 13주 연속 집값이 떨어졌는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하락세였다. 싱가포르 역시 지난해 4분기 집값이 하락하며 5개 분기 연속 상승세를 꺾였고, 중국 상하이는 작년 4분기 주택 판매가 전분기 대비 33% 감소했다.

◇말라버린 차이나 머니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 기조와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기대 재작년까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려왔다. 금융위기 이후 시중에 공급된 수조 달러의 풍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며 집값을 끌어올렸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5년간 주요 도시 평균 집값 상승률이 35%에 달해 구매가능성(affordability) 위기를 불러왔다”며 “이제 상당한 유산 없이는 금융 중심지에 부동산을 살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파티’ 속에 과열됐던 주택시장은 2017년 말 시작된 선진국 중앙은행의 긴축을 계기로 빨간불이 켜졌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인상 여파와 다른 나라의 동반 금리 인상,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종료 등 유동성 긴축이 진행되면서 부동산 수요를 제약했다”고 지적했다.

그간 세계 부동산 시장 곳곳에 흘러들어 가격 상승에 일조했던 이른바 ‘차이나 머니’가 중국 경기 하강으로 위축된 점도 시장 냉각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2017년 중국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호주 부동산만 150억 호주달러(약 12조원)에 달한다. 패트릭 웡 블룸버그인텔리전스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가 무역 전쟁의 영향을 받아 자금 유출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시드니부터 홍콩까지 부동산 수요를 약화시켰다”고 진단했다.

◇부동산발 경기부진 심화 우려

‘차이나 쇼크’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 역시 부진하긴 매한가지다. 국내 주택가격지수 상승률은 2017년 1.5%에서 작년 3분기 1.2%로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 규제의 결정판으로 평가 받는 지난해 9ㆍ13 대책 시행 이후에는 금리인상 부담과 경기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수요자들의 발길이 끊긴 상태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한국감정원)은 2014년 이후 5년 만에 최장기간인 10주 연속 하락이 진행 중이고,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국토연구원) 역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는 등 각종 지표에도 꽁꽁 얼어붙은 매수심리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경기 하락 우려에 더해 정부의 규제 정책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가 부동산 시장 냉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내외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심화할 경우 글로벌 경기 하강이 지금보다 더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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