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베트남 다낭 출발 호치민 도착 예정이던 비행기가 축구 응원 열기로 인해 이륙이 지연됐다. 교민 김진선씨 제공

베트남의 축구 응원 열기가 이륙하려던 비행기마저 지연시켰다.

20일(현지시간) 오후 8시 30분 베트남 다낭에서 출발해 호찌민으로 가려던 비엣젯 비행기 이륙이 약 20분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승객들이 베트남과 요르단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승부차기 중계를 보느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비행기에 탑승했던 교민 김진선(35)씨는 21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공항 측과 기장이 논의한 결과 다행히 당시 이륙을 조금 지연해도 되는 상황이었는지 지연 이륙을 결정했다. 안전 요원과 승무원들도 승객들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보며 응원했다”고 말했다.

당시 베트남은 요르단과 전후반 90분, 연장전까지 이어진 접전에서 1대1 무승부로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승객들은 비행기 탑승 전부터 게이트에 설치된 모니터마다 수십명씩 모여 단체로 응원전을 펼쳤다.

교민 김씨는 “제가 탄 비행기 승객 10명 중 8명은 베트남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한국 교민분들과 외국인이었다”며 “베트남 사람들은 ‘베트남 꼬렌(Vietnam Co Len•베트남 이겨라)’을 외치며 단체로 응원했고 외국인들은 그 광경이 신기했는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기 바빴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 국민들의 응원 열기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김씨도 스마트폰을 꺼내 현지 응원 열기를 촬영했다. 김씨가 유튜브에 공개한 이 영상은 게시된 지 하루도 안 돼 조회수 10만을 넘겼다.

승부차기 접전 끝에 베트남 승리가 확정되자 기내 승객들과 승무원들은 함께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다. 비행기는 그제야 다낭 공항을 떠나 호찌민으로 날아갔다. 예정보다 많이 늦어졌지만, 이를 두고 불평하는 승객은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비행 중에는 인터넷이 안 돼 1시간 20분 동안 다들 촬영한 영상을 되돌려 보다가 착륙 직후 앞다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지인들에게 보내는 모습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아시안컵 8강 신화를 이룩한 베트남의 다음 상대는 일본-사우디전의 승자다. 박항서 감독은 20일 경기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어느 팀이 더 편한가’라는 질문에 “16강에 올라온 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부터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 쉬운 상대는 단 한 팀도 없다”고 답했다.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베트남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