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외국계 자산운용사에만 맡겨왔던 선진국 주식 투자를 국내 자산운용사에도 위탁한다고 21일 밝혔다. 선정된 회사들은 한은으로부터 총 3억달러(3,370억원)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받아 운용하게 된다.
한은은 운용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국내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다음달 15일까지 위탁운용기관 신청을 받아 3월까지 선정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정호석 외자기획부장은 “운용자산 기준은 국내 상위 5~10위 기관의 운용액 수준으로 제시될 것이며, 몇 곳을 선정할지는 심사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10곳 이내의 대형 자산운용사에게 신청 자격을 주겠다는 의미다. 한은은 선정된 회사들에 총 3억달러 안팎의 외환보유액을 맡겨 상반기 중 운용을 시작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은이 국내 기관에 해외주식 투자를 맡기는 건 2012년 중국 위안화 주식투자 위탁 이후 7년 만이다. 특히 선진국 주식은 주식 부문에서 한은의 주력 투자상품인 만큼, 한은이 국내 기관에 위탁운용 참여 기회를 대폭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17년 말 기준으로 한은은 외환보유액의 8.6%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주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부장은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 증가로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자산 운용 역량이 최근 대폭 강화된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선진국 주식 투자 위탁은 지수를 추종하는 낮은 단계의 일임투자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은 외환보유액을 위탁 받은 외국계 자산운용사 중에는 직접 종목을 발굴하는 등 자율성이 강화된 높은 단계의 일임투자를 시행하는 곳도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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