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성이 한일 간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 갈등’ 과 관련해 10개국 언어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반박하고 자국의 입장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주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 P-1 의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에 기록된 소리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국제 여론전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양측은 두 차례의 당국 간 협의에도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레이더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21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방위성이 국제사회에 일본 초계기 활동의 정당성을 호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방위성은 이번 주에 한국 해군 구축함이 화기관제 레이더(STIR)를 조사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는 전파 신호음을 공개하면서 한국 측의 대응을 반박하는 성명을 낼 예정이었다.
이 성명서를 일본어와 한국어로는 물론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10개 언어로 전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일본이 초계기에서 한국 구축함 등의 북한 조난 선박 구조활동을 촬영한 영상을 3개 언어로 공개하자, 한국 국방부가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 등을 알리기 위해 8개 언어로 제작한 영상을 공개한 데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국이 논점을 바꿔 과장해서 전파하는 정보전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본의 주장을 다국어로 국제사회에 알리는 배경과 관련해 “아무리 엉터리 논리라도 국제사회에서는 목소리가 큰 쪽이 이긴다”며 “사실을 바탕으로 일본의 초계기 활동의 정당성과 한국의 허위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방위성은 우리 해군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이 자국 자위대 초계기에 화기관제 레이더를 조사했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화기관제 레이더를 조사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해군이 선박 구조 작업을 벌이는 걸 알면서도 저공 위협비행을 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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