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활동 정보로 건물 매입 땐 업무상 비밀 이용금지 위배 가능성
목포 거리 등록문화재 압력 등 직권남용 혐의 적용 여부도 주목
두 조카에 증여 통한 건물 매입엔 부동산실명법 위반여부 따져봐야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SBS를 고소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진실 공방은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손 의원은 SBS에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죄를 묻겠다는 입장인데, 검찰이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보도 내용에 대한 진위 판단이 불가피하다. 손 의원이 공세적 카드를 꺼내 들긴 했지만,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의 등록문화재 지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개발 이익을 기대해 사전에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했는지 여부에 대한 진위 또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드러난 손 의원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업무상 비밀 이용 금지(부패방지법) △직권남용(형법) △실권리자 명의 등기 의무(부동산실명법) 등이다. 앞서 보수진영 시민단체들도 대검찰청 및 서울 남부지검 등에 손 의원을 비슷한 혐의로 고발했다.
우선 공직자이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손 의원이 업무상 취득하게 된 정보를 이용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 이전에 재산을 불릴 목적으로 해당 지역 부동산을 사들였는지 여부다. 문화재 지정ㆍ관리를 담당하는 문화재청이 문체위의 피감기관이기 때문에 손 의원이 문화재 지정 관련 내부 정보를 사전에 취득했다면 업무상 비밀 이용을 금지한 부패방지법에 위배될 수 있다. 다만 이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선 취득한 정보가 ‘비밀’에 해당되는지가 관건이다. 법률사무소 대건의 고영상 변호사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목포시가 오랜 기간 문화재 지정을 위해 힘써 왔다고 밝혔던 만큼 손 의원이 반드시 문체위 여당 간사 지위를 이용해 정보를 취득했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설명했다.
손 의원이 직무상 권한을 이용해 목포 문화재 거리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도 도마에 올라 있다. 지난 18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정치적 권력이 막강한 문체위 간사 지위를 이용했을 수도 있다”며 손 의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만큼,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 손 의원이 문화재청에 근대역사문화공간 지정 시범사업을 실시하도록 지시했거나, 목포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도록 입김을 넣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법원이 직권남용 혐의를 협소하게 적용하고 있어 검찰의 판단이 주목된다. 앞서 문화재청은 손 의원의 직권남용 의혹이 제기되자 “문화재 지정 심의는 특정인 의견이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무법인 한중의 박기태 변호사는 “만약 직권남용 혐의가 드러날 경우 단순히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의무 위반보다 죄질이 훨씬 무거워지지만 손 의원이 구체적으로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없다면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손 의원이 증여를 통해 두 조카에게 건물을 매입하게 한 행위에 대해서는 부동산실명법 위반을 두고 다툴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부동산의 실소유자와 등기상 소유자는 일치해야 한다. 목포 문화재거리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은 모두 20대인 손 의원의 조카, 손 의원 보좌관의 딸, 손 의원의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 채모 이사의 딸이 소유하고 있지만, 건물 매입에는 손 의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손 의원과 이들이 명의신탁 관계에 있을 경우, 창성장 건물 매입은 차명 거래에 해당된다.
손 의원이 고발한 SBS의 보도에 대해서는 진위 여부에 따라 처벌의 향방이 갈리지만, 언론보도를 폭넓게 보호하고 있는 법원 기류에 따르면 처벌 가능성이 낮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언론 보도가 사실이고 관련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거나, 허위 보도라도 충분한 취재가 이뤄졌을 경우 위법성의 조각 사유로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단순한 비방이 아니라 공직자인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의혹 제기는 유죄 판정이 내려지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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