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PC방 점주 김모(43)씨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생의 야간 출입을 막았는데, 학생이 이유도 없이 PC방 출입을 막았다며 김씨를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현장을 찾은 경찰은 올해로 20살이 됐어도 아직 고등학교 졸업을 하지 않았으면 PC방 야간출입을 할 수 없는 게 맞다며 김씨 손을 들어줬다.
청소년을 구분하는 법 규정이 제 각각인 탓에 올해로 20세가 된 2000년생이 술과 담배는 편의점에서 살 수 있어도 정작 피시방 야간 출입은 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청소년 보호법은 만 19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규정한다. 다만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19세가 아니어도 연령 기준으로 올해 20세면 청소년 기준을 적용 받지 않아 술이나 담배를 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적용 받는 PC방은 예외다. 이 법엔 청소년이 만 18세 미만으로 규정돼 있지만, 동시에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도 청소년으로 본다. 결국 올해 20세가 된 2000년생이어도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아 고등학생 신분이라면 부모와 동반하지 않는 한 오후 10시 이후엔 PC방에 출입할 수 없다.
이처럼 청소년을 규정하는 법이 제 각각이다 보니 PC방 업주들은 혹시라도 있을 단속을 우려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청소년 출입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밤 10시 이후에 청소년 출입을 허용하다 적발되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용산구 PC방 점주 김모씨는 “졸업증을 보여주더라도 진위를 따지기 힘들어 2000년생의 야간 출입은 아예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로구의 PC방 아르바이트생 이모(20)씨도 “2000년생은 고등학교 졸업식이 끝나는 3월까진 졸업증과 같은 서류를 보여 줘야만 야간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명확하지 않는 규정의 정비를 촉구하고 나섰다. 임영식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PC방 출입에 대한 혼란은 법에 따라 청소년을 규정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인데 법 규정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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