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기업 주가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며 주식 매수를 권하는 관행이 당국 규제 이후 되레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가 ‘고객’ 입장에 있는 상장사에 유리한 장밋빛 보고서를 남발하면서 부적절한 투자를 부추기고 스스로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이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2017년 9월 시행)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제도 시행 이전 1년 간(2016년 9월~2017년 8월) 18.7%였던 목표주가 괴리율은 제도 시행 1년 간(2017년 9월~2018년 8월) 20.6%로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주가 괴리율은 증권사가 기업 조사분석보고서(리서치보고서)에서 제시한 예상 주가(목표주가)와 분석 기간 중 실제 주가(실제주가)의 차이를 실제주가로 나눈 값이다. 괴리율이 클수록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실제주가에 비해 높게 설정하며 주식 매수 의견을 냈다는 의미다. 예컨대 증권사가 어떤 종목(기업)의 목표주가를 1만원을 예상했는데 실제주가가 5,000원이었다면 괴리율은 100%가 된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에게 괴리율을 공개하도록 해 ‘주가가 오를 테니 사라’는 의견이 난무하는 리서치보고서를 줄여보려 했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한 셈이다.
금감원은 괴리율이 상승한 우선적 요인을 지난해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보인 점을 꼽았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보통 괴리율이 커지면 신규 보고서를 작성해 목표주가를 낮추는 등의 노력을 한다”며 “그러나 지난해엔 전반적으로 시장이 하락 추세인 데다 변동성이 컸던 탓에 일일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증권사들의 낙관적 주가 전망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금감원이 제도 시행 이전 1년 간 발행된 리서치보고서(4만4,528건)과 시행 이후 1년 간의 보고서(4만4,734건)을 분석한 결과 제도 시행 전후로 매도 의견 비율(2%)과 매수 의견 비율(76%)은 그대로인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선 괴리율 공시제의 효과가 미미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증권사 입장에서 상장사는 기업공개, 인수합병 등의 기업금융(IB) 업무를 맡길 수 있는 잠재적 고객인 터라 설령 주가 하락이 예상되더라도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상장사 주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내면 상장사가 당장 정보 제공을 거부하거나 심하게는 출입을 거절하기도 해 타격이 심하다”며 “상장사가 보고서 내용을 문제 삼아 증권사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규제하지 않는 이상 높은 괴리율은 반복될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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