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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통치’ 안 먹혀... 수단 30년 독재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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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통치’ 안 먹혀... 수단 30년 독재 최대 위기

입력
2019.01.20 15:37
수정
2019.01.20 19: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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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수단의 수도 카르툼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바시르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7일 수단의 수도 카르툼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바시르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로 꼭 30년을 맞은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의 독재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민족 간 분열을 조장해 권력을 유지해온 교묘한 통치술의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민심을 찍어 누르려는 독재 정권의 횡포가 극에 달하고 있지만, 양쪽으로 나뉘어 힘이 빠진 부모 세대와 달리 힘을 합쳐 세상을 바꾸려는 10~20대가 주축인 반체제 저항운동이 세력을 키우면서 폭풍전야의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현지시간) “지난 한 달여간 수단 전국 각지에서 거의 매일 벌어진 바시르 대통령 퇴진 촉구 시위로 수천 명이 체포되고 40여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급기야 지난주에는 시위대 색출을 명분으로 수단 제2의 도시 옴두르만의 병원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난입해 의사와 어린이 환자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지난달 정부가 서민들의 주식인 빵 가격을 대폭 올리면서 시위가 촉발됐다. 먹고 살기조차 어려워지자 바시르 정권의 오랜 부패와 인도주의 범죄, 과도한 군비지출에 염증을 느끼던 시민들의 불만이 정권 퇴진 요구로 격화됐다.

이에 정부는 케케묵은 수법을 다시 꺼냈다. 반정부 시위를 남서부 아프리카계 주민들의 폭동으로 규정해 수단의 집권층인 북부 아랍인들의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다. 이른바 분열 통치다. 2003년 다르푸르 사태 당시 사용한 방식이다. 바시르 정권은 아랍 민병대 잔자위드를 동원해 무차별 테러를 자행했고, 30만명의 목숨을 대가로 구차하게 연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민들의 반응이 달랐다. 수단인의 평균 연령은 19세로, 선진국 평균연령의 절반에 불과한 역동적인 국가다. 반정부 운동 또한 10대와 20대가 주도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바시르의 지배를 보고 자랐지만 아랍과 아프리카 출신이 왜 반목해야 하는지 절감하지 못하는 세대다. 나스레딘 압둘바리 조지타운대 연구원은 “시위를 주도하는 밀레니엄 세대 청년들은 지역과 민족을 나누는 이분법보다 전 세계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이 더 강렬하다”고 말했다.

다만 젊은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하는 것이 관건이다. 바시르 정권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모조리 폐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SNS를 통해 급격히 확산된 ‘아랍의 봄’ 당시와 다른 점이다. 그래도 공포와 분열보다 단합과 변화의 기류가 거세지고 있어 희망은 여전하다.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청년은 “부모 세대를 갈라놨던 과거 방식은 우리에게 어림도 없다”면서 “대량학살을 당하지도, 더는 침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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