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최대 주주’ 격인 금속노조가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경사노위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18일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는 지금과 같이 노ㆍ정 관계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경사노위 참여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경사노위에서 사실상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전제로 논의가 되고 있는 점 △국제 기준에 비춰 조건 없이 비준해야 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 경사노위에서 주고 받기 식 협상 대상으로 전락한 점 등을 참여 반대 이유로 꼽았다.
김호규 위원장은 “탄력근로제 개악 철회하고,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제도 개악 철회, ILO 핵심협약 즉각 비준, 노ㆍ정 교섭 정례화 등 신뢰를 쌓는 과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경사노위 참가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경사노위 참여를 꼭 성사시킬 것이며 참여가 불발되는 경우를 가정한 ‘플랜B’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을 두고도 김호규 위원장은 “최악의 경우 집행부 의도와 달리 (경사노위 참여 안건이) 부결됐을 때 상황에 대한 플랜B가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대단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호규 위원장은 경사노위 측이 ‘자동차, 조선 등 업종별 위원회를 만들어 노ㆍ사ㆍ정이 머리를 맞대고 노동 친화적인 산업 전략을 논의하자’고 제안하는 것과 관련, “지난해 노사정대표자 회의에서 해운, 금융, 보건 분야 업종별 위원회는 구성하면서 유독 금속노조와 관련이 있는 자동차 조선 등은 ‘사용자 단체들이 나서지 않는다’며 만들지 않았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금속노조 집행부가 민주노총 집행부 의견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오는 28일 열리는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의 통과가 한층 불투명해졌다. 현대ㆍ기아차와 그 협력사,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노조 등 제조업체들이 주로 소속된 금속노조는 민주노총 전체 대의원 1,274명 중 단일 산별노조 가운데 최다인 27.7%(353명)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이 통과되려면 대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상황에서 과반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한편 김호규 위원장은 최근 현대차 사측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연간 단위로 주던 상여금을 매월 나눠 지급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매월 나눠 주되 통상임금에 산입하면 된다”며 “이미 현대차에서는 노동시간이 연 평균 700시간 줄어드는 등 (통상임금이 올랐을 때 부담이 되는) 잔업, 특근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어서 회사도 큰 부담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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