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초 중앙지법에서 영장 심사
사법농단 사태의 정점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70년 역사상 가장 ‘꽃길’만 걸었던 대표적 ‘초엘리트 법관’으로 꼽힌다. 이제 무려 40여가지 혐의가 적용된 피의자 신분으로 후배 법관 앞에 서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18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국고손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박병대(62)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다시 청구했다.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박근혜 정부와의 재판거래에 관여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지난달 한 차례 기각된 적이 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다음주 초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박 전 대법관과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받거나 지시하는 형태로 △박근혜 정부와의 재판거래 △일선 법원 재판 개입 △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판사들의 뒷조사 △법원 관련 비위 축소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사법농단 수사에 착수한 이후 현직 대법관 3명, 전직 대법관 6명, 전ㆍ현직 판사 수십 명을 소환한 끝에, 7개월 만에 지휘ㆍ보고라인의 최정점에 있던 양 전 대법원장을 지난 11일 검찰에 불러들였다.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7일까지 총 다섯 차례 검찰에 출두, 27시간 동안 조사받고 36시간 동안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토했다. 1948년 사법부 출범 후 재직했던 15명의 전직 대법원장 중 수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경우는 양 전 대법원장이 처음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는 위치에 있는 임 전 차장이 이미 같은 혐의로 구속되어 있다는 점, 조사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다른 전ㆍ현직 법관들의 증언과 다른 증거들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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