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여론 속의 여론] 20대 남ㆍ녀 ‘文 지지율’ 격차, 최근 아니라 정권 초부터 드러났다

입력
2019.01.19 04:40
수정
2019.01.27 15:41
21면
0 0

<2>여성의 정치 참여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대 여성은 17대 대선 이후

진보성향 지지기반 자리잡아

20대 남성은 스윙보터 양상

단기적 文 지지율 변동보단

젠더 인식 뒤 사회변화를 봐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중 20대 남성의 낮은 지지율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젠더갈등 때문으로 보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넘겼으나 젊은 세대의 젠더 갈등 문제에 대한 관심은 잦아들지 않는다. 다양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젠더 이슈가 정국과 한국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실증적이고 심층적인 접근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결과 현실에 대한 상당한 오해도 등장한다. 고려대 SSK 불평등과 민주주의연구센터(소장 권혁용)와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분석팀(팀장 정한울)은 지난 해 11월 3일자 “취업 무한경쟁, 20대 남성 23%만 여성차별 인정”에 이어 두 번 째 젠더인식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다. 2018년에 10월 실시한 한국리서치 정기 웹 조사 데이터를 통해 젠더 정치에 대한 오해를 풀고 한 단계 더 들어간 논의로 발전시켜보고자 한다.

20대 남녀 지지율 격차, 젠더정책 실패 탓?

가장 큰 오해는 문재인 정부 들어 20대 남성과 여성 사이 지지율 격차가 벌어졌다는 주장이다. 2017년 8월부터 매월 실시한 정기조사 결과를 보면 이미 집권 초부터 20대 남녀의 지지율 격차가 확인된다.(그림1,2) 전 세대를 포괄한 응답 결과를 보면 남녀집단간 대통령 지지율 격차는 크지 않다. 그러나 20대의 경우 첫 조사에서 여성은 90%, 남성은 85%가 긍정 평가하면서 비슷한 수치를 기록한 이래 줄곧 뚜렷한 지지율 격차가 확인된다. 단기간에 국민청원 서명 30만 명을 훌쩍 넘긴 2018년 11월 13일 이수역 폭행사건 직후 조사에서 잠시 남녀 지지율이 역전되었지만 12월 조사에서는 다시 20대에서의 젠더 격차가 복원되고 있다. 물론 표본 수 감소에 따른 우연적 현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2017년 8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만7,000명 샘플의 조사결과를 평균하면 20대 여성의 지지율이 20대 남성 지지율을 최소 14%포인트 이상 웃돌고 있다. 남녀 간 격차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다른 세대와 대비된다.(그림3)

20대 남성은 비토층으로 전락했나?

20대 남성의 이탈현상은 사실 오래 전부터 전조가 뚜렷했던 현상이다. 시간을 돌려 2002년 대선을 보면 이 시기에는 20대 남성 지지율이 20대 여성 지지율을 근소하게 앞섰다. 한국선거학회의 16대 대선 사후조사에서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보면 20대 남성에서 71.3%, 20대 여성에서 63.6%였다. 이후 양 집단은 다른 경로를 걷는다. 20대 여성은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 잠시 이탈한 후에는 줄곧 각종 선거에서 진보성향 정당 및 현 여권의 대선 후보에 대해 확고한 지지 기반으로 자리 잡는 양상이다.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가 2017년에 시행한 19대 대선 패널조사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와 심상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합치면 88.0%에 달한다. 반면 20대 남성의 경우 전형적인 스윙 보터의 길을 걷는다. 핵심 지지층에서 이탈한 것이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17대 대선에서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후보 지지율을 합쳐도 37.0%에 불과할 정도로 크게 이탈했지만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66.2%까지 결집했다. 2016년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돌풍에 힘을 실어주며 이탈했고, 19대 대선에서는 74.5%가 압도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그림4)

20대 여성의 정치참여 급상승도 관심

모든 관심이 20대 남성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20대 여성 투표율의 역전현상도 주목해야 한다. 세대별 남녀 투표율의 차를 보면 2002년 16대 대선만 하더라도 30대만 제외하면 나머지 세대에서 근소하게나마 남성 투표율이 여성 투표율을 상회했다. 그러나 17, 18대 대선을 거치면서 60대 이상을 제외한 나머지 세대에서 여성 투표율이 남성 투표율을 앞지르고 있다. 30~60대 이상에서 남녀 지지율 역전 현상은 2017년 대선에서 주춤한 반면 20대만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20대가 여성 투표율이 남성 투표율을 5.8%포인트 앞서 30대 여성과 함께 가장 큰 격차를 벌린 세대로 떠올랐다.

동시에 20대 여성의 지지기반도 가변적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연말까지 지지율 하락 국면에 접어드는 11월까지 시점을 보면 20대 여성 집단에서의 지지율 하락이 만만치 않다. 즉 남녀 집단간의 지지율 격차를 증폭시킨 데에는 젠더 이슈가 불을 붙였을지 모르나, 지난 하반기 지지율 급락현상은 20대 남성만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12월 마지막 달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30대 이상에서는 남성보다 여성 집단에서 높았고, 20대에서조차 남성 63%, 여성 61%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반기 지지율 하락에는 젊은 여성들도 지지 철회 분위기에 동참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그림5) /

20대 젠더충돌의 사회적 근원: 교육 자원 등 문화자본 역전

보다 심층적인 후속연구가 이어져야겠지만 사회문화 자본에서의 역전 현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의 성별 대학 진학률 변화에 따르면 2008년 남학생이 84.0%, 여학생이 83.5%를 기록한 이후 2009년부터 진학률 역전현상이 등장한다. 그 격차는 완만하지만 일관되게 커지고 있다.(그림6) 질 높은 고등교육 기회를 갖느냐 못 갖느냐는 경제력, 정치적을 좌우하는 변수이다. 동시에 한국과 같이 비정상적인 입시경쟁과 학벌 사회의 공고화로 일종의 시민권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 주요 화이트 칼라 직종의 취업경쟁이나 학벌 경쟁에서 남녀 격차가 줄어들고 2000년대 들어와 젊은 세대에서의 경쟁력 역전현상이 나타나면서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보는 시각에 균열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

젠더인식 전환: 2002년 여성할당제 찬성 남성이 다수, 2018년에 역차별 우려 다수

사회현실의 변화가 젠더 인식의 지각변동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 2002년 조사에서 “여성할당제에 대해 찬반”을 물었고, 2018년 조사에서는 “여성할당제가 남자들에게 역차별이다”는 상반된 주장에 대한 동의여부를 물었다. 2002년 조사에서 전체 남성 응답자의 61%가 여성할당제에 찬성했지만, 2018년 조사에서는 58%가 “여성할당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로 답했다. 보다 주목할 점은 여성 응답자들이다. 2002년 조사에서 71%가 여성할당제에 찬성했으나, 2018년 조사에서 여성의 59%는 여성할당제가 남성들에게 역차별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2002년 당시의 20대 남성 62%가 여성할당제에 찬성했지만, 2018년의 20대는 68%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적 태도를 보인다. 20대 여성의 경우에는 2002년에 85%가 여성할당제를 강하게 주장했으나, 2018년 조사에서는 열 명중 네 명은 여성할당제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전체 평균에 비해서는 여성할당제의 역차별 가능성을 인정하는 비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 목소리로 여성할당제를 주장했던 모습과는 대비되는 변화다. 단기적인 대통령 지지율 변동보다 현재의 젠더인식 변화에 깔린 장기적인 사회변화의 파동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전문위원

이정진 국회 입법조사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