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를 만든 안익태(1906~1965)는 문제적 인물이다. 암울한 시기 서구에서 활발히 활동한 유명 음악인이지만, 친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친일 음악인이 만든 애국가를 계속 불러야 하냐는 문제도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안익태의 매국 혐의를 추적했다. 독일 연방문서보관소에서 찾은 자료로 안익태의 불순한 행적을 드러낸다. 1942년 9월 베를린에서 열린 만주국 건국 10주년 경축 음악회를 지휘한 것은 친일의 대표 사례다. 이 때 연주된 ‘만주국 환상곡’의 피날레가 애국가다. 일본 정보기관의 유럽 첩보망의 총책이었던 에하라 고이치가 안익태의 실질적 후견인이었다는 점도 새롭게 조명됐다. 나치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물증’도 찾았다. 1943년 조선 사람으로는 유일하게 독일로부터 발부 받은 제국 음악원 회원증에는 ‘정치적으로 아무 하자 없음’이란 도장이 찍혀 있다. 나치가 자신들과 같은 편이라고 인증한 셈이다.
안익태의 애국가를 이대로 둬도 좋은가. 친일을 넘어 친나치 혐의까지 드러낸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를 각종 기념식에서 여전히 불러야 하는가. 책은 과거 고발을 넘어 현재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안익태 케이스 – 국가 상징에 대한 한 연구
이해영 지음
삼인 발행∙228쪽∙1만5,000원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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