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정규 앨범을 내는 데 꼬박 12년이 걸렸다. 2015년 한 케이블 음악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켰지만, 그는 방송에서 보여준 화려한 모습을 자신의 노래에서 걷어내려 애썼다. “중국에선 아이돌 방탄소년단(BTS)보다 인기가 좋다”까지 말까지 나오지만, 정작 그는 팬이라는 단어 뒤에 ‘님’ 존칭을 붙일 정도로 겸손하다.
“KBS2 ‘불후의 명곡’ 출연 후 60, 70대 팬님까지 생겼는데 그저 팬이라고만 말하기 죄송하더라고요.” 가수 황치열(37)은 정규 2집 앨범 ‘더 포 시즌스(The Four Seasons)’ 발매를 앞둔 17일 오후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가 앨범에서 유일하게 혼자서 작사한 노래 ‘넌 아니’에는 팬을 향한 생각이 담겨있다. 황치열은 “3, 4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 마음이 시간이 갈수록 바랠 수 있다”며 “그런 마음까지 이해하면서 곡에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같이 가자고 입버릇처럼 말해주던 너, 이젠 내가 널 안아줄 거야’라는 노랫말 그대로였다.
앨범은 다이어리 형식으로 돼 있다. 앨범 제목처럼 팬들과 사계절 내내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아이돌 앨범에 흔히 들어있는 ‘포토 카드’나 ‘굿즈(Goodsㆍ상품)’는 없지만, 그의 정규앨범을 기다린 팬들에겐 큰 의미로 다가온다. 황치열은 “어떻게 하면 팬들이 1년 내내 앨범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다닐 수 있을지 고민하고 (관계자들과) 회의했다”며 “12년 전 첫 정규앨범을 냈을 때는 단순히 내 음악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팬님과 함께 정규앨범을 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노랫말의 영감을 얻었다. 최근에 그가 감명 깊게 본 영화는 여섯 번이나 반복해서 본 ‘어바웃 타임’이다. 황치열은 영화의 주인공 팀(도널 글리슨)이 아버지(빌 나이)와 마지막 이별 인사를 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울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4년 정도 일만 하다 보니 감정 소모가 심했다”며 “영화와 좋은 글귀를 많이 보면서 감정을 채우려 노력했고, 그 생각이 이번 앨범에 담겼다”고 말했다.
앨범 수록곡 대부분이 잔잔한 발라드로 꾸며져 있다. 만일 Mnet 음악 경연 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절절하게 가수 임재범의 ‘고해’를 부르던 황치열만 기억하고 있다면, 이번 앨범은 조금 심심하게 들릴 지 모른다. 황치열은 “한 가수 안에 여러 가지의 음악 색이 내재돼 있다”며 “시대에 따라 발 맞춰가는 것이 가수의 본분이라 생각하기에, 이를 예뻐해 주고 사랑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치열’이라는 이름처럼 올해도 그는 치열하게 살 예정이다. 그는 음악을 위해 고향 경북 구미에서 서울로 올라왔고 무명시절을 거쳐 이제는 중국 등 해외 진출까지 했다. 모든 게 도전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새로운 일에 대한 거부감은 더 이상 들지 않는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연기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황치열은 “좋은 기회가 있는데 이를 마다하는 것은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못한다고 욕을 먹는 것은 제가 견디는 것이니 거부감은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취미로 시작한 골프도 가능하다면 방송인 김국진처럼 프로선수 자격증까지 얻고 싶다고 농담조로 말했지만 그의 도전정신이 엿보였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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