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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립공원공단, 아픈 말 치료 않고 그냥 팔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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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립공원공단, 아픈 말 치료 않고 그냥 팔아치웠다

입력
2019.01.19 04:4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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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비로봉(암컷)과 문장대(수컷) 사이에서 태어난 묘봉.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2008년 비로봉(암컷)과 문장대(수컷) 사이에서 태어난 묘봉.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외부에서 기증 받은 말로 국립공원 내에서 기마순찰대와 승마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병든 말이나 훈련이 필요한 말을 치료나 교육을 하지 않고 바로 폐마(매각)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18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마순찰대를 운영 중인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가 1999년부터 지금까지 관리해온 말 25마리 가운데 13마리가 폐마처리 됐고, 6마리는 폐사(자연사) 했다.

공단이 지금까지 구매한 4마리, 보유하던 말 사이에서 태어난 1마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한국마사회(마사회)나 마주협회로부터 기증받았다. 13마리를 폐마한 이유를 전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대부분 질병에 걸렸거나, 순치(길들이기)가 안된 경우였다.

1999년 마사회로부터 기증받은 ‘문장대’는 약 8년간 기마대에서 활동했지만 오른쪽 뒷다리가 파행(절뚝거림)되자 속리산사무소는 치료가 아닌 폐마 처리를 선택했다. 문장대는 폐마가 결정된 지 열흘 만에 개인에게 120만5,000원에 팔려 나갔다. 심지어 기록부실로 출생이 3년이나 어린 것으로 잘못된 채 팔렸다. 2003년 마주협회부터 기증받은 ‘비로봉’은 6년 만에 왼쪽 앞다리에 다리저림과 발굽뼈 염증이 심해 6개월 이상 휴양과 치료 필요하다고 판단되자, 공단은 퇴출이 타당하다며 바로 개인에게 매각했다. 2007년 역시 마사회로부터 인수한 ‘관음봉’은 교육시간과 관리비가 많이 소요된다며 6개월 만에 팔렸다. 2010년 7월 마사회로부터 기증 받은 ‘가람’과 ‘아라’는 각각 2년, 2개월 만에 폐사했고, 2011년 600만원을 주고 구입한 ‘수리’는 4개월만에 죽었다. 특히 수리는 동물병원 수의사들이 출장 요청을 거부해 치료조차 못받고 폐사했다.

예정에도 없이 비로봉(암컷)과 문장대(수컷) 사이에서는 2008년 ‘묘봉’이 태어나기도 했다. 어린 말의 탄생은 축하 받을 일이지만, 공단에는 어린 말을 키울 전문가나 예산도 없는 상태라는게 문제다. 공단 관계자는 “관리소홀로 문장대 중성화 수술 전에 우연히 묘봉이 태어났다”고 시인했다.

2013년 속리산국립공원 기마순찰대 모습.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2013년 속리산국립공원 기마순찰대 모습.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이같이 기증받거나 구매한 말들이 몇 달 만에 폐사하거나, 순치가 안돼 매각하는 상황이 되풀이된 것은 말을 들여올 때부터 순찰용으로 적합한지, 건강한지에 대한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증-훈련-치료-매각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말 관리가 주먹구구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반면 은퇴하는 마약 탐지견을 개인에게 매각하던 관세청은 비판이 나오자, 무상분양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관세청은 입양자가 탐지견을 키울만한 야외공간을 갖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고 현장에도 직접 나간다. 폐마 처리된 말들의 ‘운명’에 대해 질문하자, 공단은 “잘 지내고 있는 걸로 안다”고만 했다. 건강상태가 썩 좋지 않은 폐마된 말들이 육용으로 쓰여도 제재할 방법도 없다.

환경단체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은 “반달가슴곰 등 종복원을 담당하고, 생물다양성을 추구하는 환경부 산하 기관이 국립공원 내에서 동물을 순찰대로 이용하고, 용도에 맞지 않으면 바로 팔아 치우는 행태는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미 의원은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기마순찰대’를 제대로 감독한 적이 없고, 국립공원공단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온 것을 암묵적으로 방치해왔다”며 “정부는 조속히 기마순찰대 운영을 중단시키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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