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덱스 펀드’의 창시자이자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을 설립한 존 보글(John Bogle)이 16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AP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보글은 노환으로 고생하던 중 식도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선천성 심장 질환으로 여섯 차례 심장마비를 겪고 1996년 심장이식 수술을 받기도 했다.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나온 보글은 월가 펀드매니저 생활을 거친 뒤 ‘돈을 맡긴 고객의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투자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1974년 자산운용사 뱅가드를 설립했다. 뱅가드는 설립 40년 만에 약 5조1,000억달러(작년말 기준ㆍ약 5,700조원)의 천문학적 자금을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뱅가드의 기록적 성장은 보글이 1975년 내놓은 ‘인덱스 펀드’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인덱스 펀드는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같은 특정 시장 지수를 자동적으로 따라가게 설정된 펀드다. 당시 보글이 선보인 인덱스 펀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보글의 인덱스 펀드에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전문 펀드매니저에게 고액의 수수료를 주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던 시절, 시장 지수를 자동으로 따라가 높은 수수료 없이도 수익을 내는 인덱스 펀드는 매혹적이었다. 지금은 인덱스 펀드를 기초로 수많은 파생상품이 즐비하게 나와있지만, 당시만 해도 금융투자업계에 한 획을 그은 대사건이었다. 이런 탓에 월가에선 존경심을 담아 보글을 ‘성스러운 존(Saint John)’이라 부르기도 한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보글을 치켜세웠다. 버핏은 2017년 3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미국 투자자들을 위해 가장 많은 공헌을 한 사람을 위한 동상을 세운다면, 당연히 보글이어야 한다”며 “투자자와 나에게 보글은 영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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