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회생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
금융위원회와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는 17일 서울회생법원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을 맺고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법원의 개인회생과 신복위의 채무조정 제도를 연계하는 게 핵심이다. 개인회생은 채무자가 경제활동을 하면서 3~5년간 법원이 정한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빚을 면제받는 제도다. 신복위 채무조정은 상환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채무감면 등으로 곤란한 채무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구조다. 개인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빚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런데 현행 법원 회생절차는 신용대출만 대상으로 할 뿐, 담보대출은 우선 담보를 매각해 빚부터 변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채무자가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채권자는 담보인 채무자의 집을 경매에 부쳐 원금을 회수하게 된다. 채무자로선 새로 살 집을 마련하는데 돈이 들어 더욱 생활이 갚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시달렸다.
채무자가 채권자의 동의를 받으면 법원 회생 대신 신복위 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주택담보 대출금을 조정 받을 수도 있지만, 신복위 제도 아래선 채권자가 담보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어 애초 동의해 줄 유인이 적다. 실제 지난해 신복위의 주담대 채무조정 실적은 50건에 불과했다.
이번 금융위의 연계안은 채무자가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채권자가 담보를 경매로 넘기는 게 금지되고, 채무자는 개인회생 기간(3~5년)동안 주담대 이자만 내고, 이후에는 신복위가 대출 규모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정한 상환계획에 따라 주담대 원리금을 갚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채무자는 집을 지키면서 경제활동을 이어가게 한다는 취지다.
이번 방안은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면서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실거주자가 대상이다. 채권자는 기존보다 원금 회수액이 줄어들지 않도록 별도의 장치를 두기로 했다. 변제호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17일부터 서울회생법원 관할 사건에 우선 적용하고, 향후 전국의 법원과 협의해 시행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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