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린 할 수 있을 거예요.”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 퓨전 재즈 듀오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57)은 노래 ‘고장난 시계’를 채 부르지 못하고 옷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이 노래를 부르면) 전태관 생각이 안 날 수 없다”고 말한 뒤였다. ‘고장난 시계’는 김종진이 전태관과 함께 만든 마지막 노래였다. 이 곡은 봄여름가을겨울이 2013년 낸 앨범 ‘그르르릉’에 실렸다.
김종진은 이 노래를 부르다 잠시 회한에 젖은 듯 하늘을 바라봤다. 그의 등 뒤 스크린엔 김종진과 전태관이 함께 찍은 사진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김종진은 관객과 함께 전태관과의 30년을 추억했다. 김종진은 “저와 태관이의 30년 이야기를 공연에 담았다”며 공연을 시작했다. 그의 말과 함께 관객들은 봄여름가을겨울이 데뷔한 1988년으로 ‘고장 난 시계’를 돌렸다. 전태관이 떠난 지 채 한 달이 안 돼 열린 공연엔 따뜻함이 가득했다. 신장암 등으로 투병하던 전태관은 지난 12월 먼저 별세했다. 이날 공연은 전태관이 떠난 뒤 김종진이 홀로 선 첫 무대였다.
공연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추억들로 채워졌다. 김종진은 노래 ‘미인’을 시작으로 ‘열일곱 스물셋’, ‘어떤 이의 꿈’ 등을 불러 관객과 뜨겁게 호흡했다. 김종진은 “15년 만의 소극장 공연”이라며 흥분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공연은 예정된 두 시간을 한 시간이나 훌쩍 넘겨 끝났다. 앙코르 무대에선 미발표곡인 ‘컴 세일 어웨이’까지 열창하며 공연의 열기를 이었다.
동료 음악인들도 김종진의 외로운 공연에 힘을 보탰다. 록밴드 YB 멤버인 윤도현은 공연 내 관객 사연을 읽어주는 코너인 ‘사랑하는 사람한테 미처 하지 못한 말’에 참여해 관객의 편지를 읽어 감동을 줬다. 이 편지엔 뇌종양으로 갑작스레 숨진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종진은 “나도 최근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 많은 사람이 아파해 주니 기운이 생겼다”며 관객을 보듬었다. 김종진은 다음달 24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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