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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 베트남] 부동산 사업부터 자동차·휴대폰 생산까지… 빈그룹에 쏠린 두 시선

입력
2019.01.17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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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 재벌기업의 야망과 도전 

 아파트ㆍ리조트ㆍ골프장 지어 급성장 

 기업랭킹 6위, 민간기업으론 첫 10위권 

 하반기, 베트남 고유 자동차 출시 예정 

 자체 기술 없고 문어발식 경영 

 “무모한 도전” 우려 많지만 

 유통 네트워크 등 시너지 기대도 

빈그룹이 호찌민시 사이공강변에 조성한 고급 아파트 및 주택 단지 '빈홈 센터럴 파크'와 '랜드마크 81' 전경. 최근 빈그룹의 급속한 확장세를 보여주듯 하늘 높이 우뚝 솟아 있는 빌딩의 모습이 웅장하다. 빈그룹 제공
빈그룹이 호찌민시 사이공강변에 조성한 고급 아파트 및 주택 단지 '빈홈 센터럴 파크'와 '랜드마크 81' 전경. 최근 빈그룹의 급속한 확장세를 보여주듯 하늘 높이 우뚝 솟아 있는 빌딩의 모습이 웅장하다. 빈그룹 제공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Vingroup)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은 과거 한국의 대우와 현대를 떠올린다. ‘세계경영’을 내세운 문어발식 사업 확장, ‘밀어붙이기’ 식의 사업 추진 형태가 한국 기업 두 곳의 옛 모습과 상당히 닮았다는 것이다. 이제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은 젊은이들 사이에선 최고의 직장으로 자리잡았고, 일반인들은 ‘베트남의 희망’으로까지 여긴다. 베트남 국민들의 이 같은 평가 이면에는 리조트, 아파트, 호텔 등 부동산 사업을 시작으로 유통,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성공시킨 것을 목도한 데에서 비롯된 학습 효과가 있다.

 ◇’문어발’ 확장 

현지언론 ‘베트남넷’과 ‘베트남리포트(VNR)’가 지난달 공동발표한 ‘베트남 500대 기업’(VNR500) 리스트에 따르면 빈그룹은 6위에 랭크됐다. 삼성전자와 베트남 전력공사, 비엣텔 등에 이은 것으로, 베트남 민간기업이 10위권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빈그룹 관계자는 “토종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은 것”이라며 “국영기업은 물론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빈그룹 자산은 지난해 9월 기준 268조동(약 14조원)을 기록, 전년 말보다 54조동이나 늘어났다. 무려 25%의 증가율이다.

높은 성장세로도 충분히 이목을 끌지만, 빈그룹은 최근 ‘광폭행보’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17년 베트남 고유 자동차 생산을 위해 ‘빈패스트(Vinfast)’를 설립한 데 이어 작년엔 스마트폰 생산 기업(빈스마트ㆍVinsmart) 설립 발표 후 6개월 만이던 지난달 14일 ‘실제로’ 제품을 출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부동산 기업이 첨단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어떻게 생산했느냐는 것이다.

빈그룹의 휴대폰 생산 계열사 '빈스마트' 하이퐁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스마트폰 ‘V스마트.’ 32GB 메모리를 갖춘 새 제품이 12만원에 판매된다. 빈그룹 제공
빈그룹의 휴대폰 생산 계열사 '빈스마트' 하이퐁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스마트폰 ‘V스마트.’ 32GB 메모리를 갖춘 새 제품이 12만원에 판매된다. 빈그룹 제공

휴대폰 매장에선 32기가바이트(GB) 메모리를 장착한 V스마트(VSMART) 제품 한 대가 249만동(약 12만원)에 팔린다. 베트남 시중의 스마트폰 중 가장 저렴하다. 호찌민시 2군 복합쇼핑몰인 빈콤몰 내 전자제품 매장 ‘빈프로’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인기 있다. 빈이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빈스마트는 내년까지 베트남 시장 점유율 3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모한 도전 Vs. 의미 있는 도전 

빈그룹이 골프장과 호텔, 병원, 학교를 지을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그런대로 수긍했다. 하지만 산업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베트남에서 자동차, 휴대폰과 같은 첨단, 종합산업의 영역에까지 손을 뻗치자 분위기는 갈라진다. 면밀한 글로벌 시장 분석 없이 뛰어들었고, 축적된 기술 없이 시작한 만큼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타코(Thaco)의 짠 바 용 회장은 한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생산 20년 경력의 우리도 자체 자동차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며 “기술, 품질 면에서 100년을 앞선 글로벌 브랜드들과 게임이 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타코는 현대기아차, 마쓰다 등과 손잡고 반제품조립(CKD) 방식으로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 빈패스트는 BMW, 보쉬 등 글로벌 업체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출시 시기는 올 하반기다. 현지 부품업계 관계자는 “빈패스트 사업계획 부서 간부가 블랙베리 휴대폰을 쓰다 6개월 전에서야 스마트폰으로 갈아탔다”며 “이처럼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이들이 요직에 있고, 자체 기술 개발 의지도 낮다. 성공 가능성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부터 자동차를 본격 생산하게 될 빈패스트 하이퐁 공장 입구 전경. 생산 자동차 전면부에 적용되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빈그룹 제공
올 하반기부터 자동차를 본격 생산하게 될 빈패스트 하이퐁 공장 입구 전경. 생산 자동차 전면부에 적용되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빈그룹 제공

휴대폰 사업도 비슷한 방식이다. 지분 51%를 확보한 스페인 휴대폰 생산업체 BQ의 도움으로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최동철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 기간재산업팀장은 “독특한 방식”이라면서도 “현 단계에선 ‘베트남 스마트폰을 만든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지만, 빈그룹이 인공지능(AI) 등에도 투자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시너지 효과를 노린 장기적 안목의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브랜드 오너’ 로서 강점 

하지만 초기 대규모 자본과 시간이 드는 자체 기술 개발 대신 필요한 것들을 외부에서 조달받아 현지에서 조립,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빈그룹 사업방식에 대한 긍정론도 만만치 않다. 인수합병(M&A) 자문사 노스헤드캐피탈의 김수연 대표는 “유통 등 베트남에 구축한 절대적 지위를 바탕으로 일종의 ‘브랜드 오너’로서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며 “개발도상국 형편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유리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또, 이를 통해 기술 습득에도 상당한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브랜드 오너’는 이론적으로 인지도와 함께 기획력만 있으면 생존이 가능하다. 패션 분야에서는 ‘H&M’이 대표적으로, 빈그룹의 경우 전국적 판매 네트워크까지 구축하고 있어 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생산되고 있는 전기스쿠터와 스마트폰 모두 전국 빈콤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빈그룹은 마트(빈마트)와 편의점(빈마트플러스)도 연내 각각 300개, 3,0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빈그룹의 이 같은 전략은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지난해 10월 빈그룹의 신용등급을 채권 발행이 가능한 ‘B+’로 유지하면서도 자동차와 휴대폰 제조 분야 확장을 들어 투자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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