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시 노혜진ㆍ소설 전예진 등 5개 부문 수상자에 상금ㆍ상패
“머리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이미 하고 있거나, 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해타산을 따지며 막아 보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것이 마음이 진짜 가리키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보 같고 무딘 것 같고, 이로울 것 하나 없어 보이는 그것이 사실은, 가장 뾰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 방향을 따라 끝없이 걷다가 이곳에 서 있습니다.” (시 부문 당선자 노혜진)
“수많은 어둠과 아픔들이 우리의 삶 속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닙니다. 저는 감히 그 어둠과 아픔을 치유하고 새살을 돋게 해주는 힘이 바로 동심에 있다고 믿습니다. 가장 어둡고 아픈 자리에서 가장 환하게 동심을 피워 올리겠습니다. 어린이들의 멋지고 훌륭한 친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동화 부문 당선자 최영동)
2019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열렸다. 이준희 한국일보 사장은 5개 부문별 당선자인 노혜진(42ㆍ시) 전예진(28ㆍ소설) 차인영(33ㆍ희곡) 최영동(38ㆍ동화) 김성진(27ㆍ동시)에게 상금과 상패를 수여하고 작가로 첫발을 내딛는 이들을 축하했다.
심사위원을 대표해 축사를 맡은 윤제림 시인은 “체코의 작가 밀란 쿤데라는 ‘시인이 된다는 것’이라는 글에서 ‘시인이 된다는 것은 행동의 끝까지 희망의 끝까지 열정의 끝까지 절망의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면서 “오늘 시상식이 열린 광화문에는 도로의 기점과 종점 또는 경과지를 표현하는 ‘도로원표’가 있는데, 모든 길의 출발점인 이곳에서 시작하는 작가들이 지구 끝까지 우주 끝까지라도 갈 수 있는 열정으로 문학자의 여정을 시작하기를 바란다”며 응원을 보냈다.
차분한데 날카롭고, 위트 있지만 시니컬하다는 심사평을 받은 전예진 작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소설을 쓰면 가끔 혼자 읽어보는 게 전부였는데, 이제는 그 글을 다른 분들께 보여드리고 어땠는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설레고 즐겁다”면서 “과분한 칭찬과 축하의 말에 두렵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런 불안을 이기는 길은 부지런히 쓰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인영 작가는 “매년 새해 첫날 신춘문예 기사를 보면서 다른 세상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이곳에 와 있다”며 “아버지가 적어 주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문장처럼 당선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더욱 겸손히 창작에 매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성진 작가는 “글을 쓰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시인 윤제림, 김민정, 서효인, 소설가 은희경, 백가흠, 손보미, 문학평론가 이광호씨와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수상자 가족ㆍ친지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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