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나 김정은 친서 전달할 듯… 성사 땐 내달말 또는 3월초 개최 전망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7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달 말 또는 3월 초에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따른 후속 비핵화 협상이 그 동안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던 상황에서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 등 북한 측 인사 3명은 17일 오후 6시 25분 베이징발 워싱턴행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UA808 항공편을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전날 밤 17, 18일 항공편 모두를 예약 상태로 걸어뒀다가 이날 아침 17일자 항공편 예약을 확정했다. 미국 CNN 방송도 김 부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17일 워싱턴DC를 방문해 1박 2일간의 일정을 보낼 예정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김 부위원장은 현지 시간 17일 저녁 워싱턴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은 뒤 18일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은 확실치 않지만 북미 모두 그 가능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5월 말 1차 방미 때 뉴욕을 먼저 방문했던 것과 달리 워싱턴으로 직행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못 박기 위한 것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의중을 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서를 전달할 것이 유력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2차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 하노이 또는 태국 방콕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 많은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좋은 관계를 구축해 왔으며 미국과 북한 간 대화는 계속된다”며 “우리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를 성취하는 우리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두 번째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며 “시기와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의제가 김 부위원장 방문을 통해 윤곽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데 통상 6주가량이 소요되는 점에 비춰 이번 방문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차 정상회담은 내달 말 또는 3월 초에 개최될 수 있다.
특히 북미가 이번 회담에서 ‘선(先) 비핵화 대 선(先) 제재완화’로 맞서 왔던 비핵화 의제에 대해 얼마나 진전된 입장을 조율할지도 주목된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그간 북미간에 비핵화 의제에 대한 실무 회담이 없었던 점에 비춰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싱가포르 회담처럼 상징적 만남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실무 협상을 담당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협상 파트너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에 동행하지 않으면 향후 의제 관련 실무 협상이 난항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북미가 비핵화와 상응조치간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2차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여론의 회의적 시각 속에서 비핵화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미국 정부도 김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을 확정하지 않는 등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모습이다. 국무부는 이날도 “발표할 회담이나 출장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11월 김 부위원장의 뉴욕방문 계획을 국무부 발표 하루 만에 북한이 취소시킨 것도 이 같은 침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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