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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 숙박비 다 내면 호갱… 과잉 공급으로 2만6000실 남아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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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 숙박비 다 내면 호갱… 과잉 공급으로 2만6000실 남아돌아

입력
2019.01.16 17:42
수정
2019.01.16 19: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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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제주지역 숙박업체 객실이 과잉공급되면서 출혈경쟁으로 인한 페업하거나 휴업하는 업체들이 속출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호텔 등이 밀집되어 있는 제주시 도심 전경. 김영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제주지역 숙박업체 객실이 과잉공급되면서 출혈경쟁으로 인한 페업하거나 휴업하는 업체들이 속출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호텔 등이 밀집되어 있는 제주시 도심 전경. 김영헌 기자.

4년 전 제주로 이주한 후 제주시 한 해안마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A(37)씨는 요즘 영업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게스트하우스에 호텔도 계속 새롭게 문을 열면서 가격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A씨는 “대다수 분양형호텔들이 객실료를 1박에 3만~5만원에 가격 덤핑을 치면서 손님들이 그쪽으로 몰리고 있다”며 “살아남기 위해 30% 넘게 할인가격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손님이 없어 폐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특2급 B관광호텔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지난해 9월 폐업했다. 분양형호텔의 가격덤핑과 객실 과잉공급에 따른 매출도 급하락, 종업원 월급마저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결과다. 실제 숙박 어플리케이션에서 판매하는 제주지역 숙박업소 객실료는 어지간해서 1박에 6만~7만원을 넘지 않는다. 제주시내 유명한 특1급 A호텔 가격도 7만원으로, 정상가격 36만원에서 80% 가까이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관광 성수기에는 제주에서 호텔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였고, 객실료도 할인은커녕 웃돈을 줘야 할 정도로 숙박시설이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꾸로 정상가격으로 숙소를 잡는 게 어리석다는 말까지 나온다.

16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도내 숙박업체 객실 수는 지난해 말 현재 7만1,822실로, 2012년 말 3만5,000실에 비해 두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도내 하루 평균 체류 관광객 수(17만6,000명)를 감안할 때 필요한 객실 수는 4만6,000실로 추정된다. 결국 나머지 2만6,000실 가까이는 남아돌게 된 셈이다.

제주지역 숙박업소 과잉공급 우려는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사드 사태 이전 제주로 중국인 관광객이 밀려들자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분양형호텔들이 제주 곳곳에 세워졌고, 올레길 인기와 이주 열풍 등으로 게스트하우스와 민박 등도 급증했다.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분양형호텔로부터 시작된 가격덤핑이 일상화했고, 지난해부터 내국인 관광객까지 감소하면서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경영 악화로 문을 닫거나 휴업하는 업체들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해 관광호텔 등 6개 관광숙박업소가 경영난 등을 이유로 폐업했다. 여관 등 일반숙박업소는 사정이 더 심각해, 지난해 30곳이 문을 닫았다.

도내 일부 분양형호텔인 경우 과장 광고에 속아 수익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투자자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분양 광고에는 최고 11%의 수익률을 약속했지만 경영난 등으로 수익금을 투자자들에게 제때 지급하지 않거나, 투자자와 호텔운영업체 간 영업권 등을 놓고 소송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은 제주본부는 “제주지역 숙박 수요는 2015년 이후 관광객 증가세 둔화, 평균 체류일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정체된 상황이지만 공급은 계속 늘고 있다”며 “가뜩이나 공급 과잉인 상태에서 지금도 대규모 신규 호텔 등이 건설되고 있거나 계획 중에 있어 향후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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