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INF 협상, 이견 조율 실패
베네수엘라 정권, 대립 끝 붕괴 위기
케냐ㆍ아프간 등에서는 테러 잇따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셧다운(미국 연방정부 일시 폐쇄) 등으로 탈 냉전 이후 글로벌 질서를 주도해 온 미국과 영국이 흔들리면서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지구촌 신흥ㆍ저개발국의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 미ㆍ영 주도 서방선진국의 물적 지원이 감소한 데 따른 여파로 이들 지역의 서민물가가 폭등하고 이를 틈탄 테러도 잇따르고 있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올 들어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테러가 꼬리를 물고 있다. 아프리카 케냐 수도 나이로비 도심에서 이날 총기 난사와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한 15명이 숨졌다. 호텔ㆍ병원ㆍ은행 등이 밀집한 나이로비 ‘리버사이드 드라이브’ 상업지구에서 차량 폭발과 호텔 로비에 설치된 폭탄이 터졌고, 괴한들이 카페에 들이닥쳐 총기를 난사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신들이 테러 공격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내 외국인 거주 지역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4명이 숨지고 90여 명이 다쳤다. AFP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14일 카불 동부 그린 빌리지 인근에서 폭발물을 실은 차량 1대가 돌진해 자폭했다. 그린 빌리지는 국제 기업과 NGO의 직원 등이 모여 사는 아프간 최대 외국인 거주지 가운데 하나로, 경비가 삼엄해 비교적 치안이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나지브 대니쉬 아프가니스탄 내무부 대변인은 이번 테러로 네 명이 숨지고 어린이 23명과 여성 12명 등 부상자 90여명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배후세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가 재정이 바닥난 짐바브웨에서는 정부가 유류가격을 150%나 긴급 인상한 것에 반발,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수단과 모로코ㆍ알제리ㆍ튀니지ㆍ레바논ㆍ요르단 등지에서도 서방 국가의 경제지원이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 한 데 따른 고물가, 지나친 과세 등으로 크고 작은 시위가 빈발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미국과 대립 중인 남미 베네수엘라 상황도 심상찮다. 베네수엘라 의회가 초급 장교들에게 공공연히 마두로 대통령에 불복종을 요구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지난 주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한 마두로 대통령을 “대권 찬탈자”라고 비난했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군 내부 중하위 계급에게 두려워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반면 마두로 대통령은 군 고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정부에 대한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과이도 의장과의 전화 통화를 갖고 “유일한 합법적 민주주의 단체”라고 베네수엘라 의회를 치켜세웠다. 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로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미국의 입장을 밝혔다. 1월 23일 대규모 반(反) 마두로 대중 집회가 예정된 가운데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쿠데타를 조장하고 있다”며 반발의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 스캔들이 확산되는 가운데 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된 미ㆍ러간 접촉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양국의 중거리핵전력협정(INF) 폐기 여부와 관련된 협상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뤄졌으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AP통신은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안드레아 톰슨 미 국무차관과 협의했지만,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미국은 타협 의지 없이 독단적인 요구를 계속했다”고 비난했고, 톰슨 차관은 “핵 협정을 위반하고 있는 러시아가 완전하면서 검증 가능한 준수 방안을 밝히지 않아서 실망스럽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러시아가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INF 탈퇴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양 국가가 협정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2월 초에 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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