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오는 1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미국 워싱턴으로 가는 항공편을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고위급 회담이 조만간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과 지난 15일 베이징에 도착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 북한 측 인사 3명이 17일 오후 6시 25분(현지시간) 베이징발 워싱턴행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UA808(CA 7203편 코드공유) 항공편을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항공편을 전날 밤 17, 18일 모두 예약상태로 걸어뒀다가 이날 아침 17일자 항공편에 대한 예약을 확정했다.
현재까지는 김 부위원장과 최 부상이 17일 워싱턴으로 떠날 것이 유력해 보이지만, 자신의 일정을 외부에 노출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김 부위원장의 특성상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김 부위원장은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위해 뉴욕행에 나설 때도, 목적지를 뉴욕과 워싱턴으로 바꿔가며 세 차례나 항공편 예약과 취소를 반복했다.
북한의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국장을 지낸 김 부위원장은 자신의 동선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은 실제로 공항 취재진을 피하려고 일반 통로와 VIP 통로를 번갈아 사용하는가 하면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환승시 활주로 셔틀을 이용해 탑승구로 직접 이동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의 ‘키맨’으로 지난해 6ㆍ12 북미 정상회담 때도 회담에 앞서 뉴욕에서 만남을 가졌다. 김 부위원장이 이번에 워싱턴을 방문한다면 두 번째 미국행인 셈이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정상을 제외한 북미 고위급 카운터 파트로 알려졌지만, 1차 정상회담 이후에는 김 부위원장 대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고위급 회담에 나서면서 김 부위원장의 위상이 꺾였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차 방중에 동행하고,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담에서도 다시 전면에 나서면서 확실한 실세임을 입증했다. 김 부위원장이 만약 워싱턴을 방문한다면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회동할 것으로 예상한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 현지에서 김 부위원장의 방미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조만간 움직임이 포착될 것”이라며 “김 부위원장의 방미 시점은 언제나 유동적인 점을 고려하면 꼭 17일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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