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만 관객 美 ‘주먹왕 랄프2’ 이어 한국 ‘언더독’ 日 ‘미래의 미라이’ 개봉
방학을 맞은 극장가에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과 미국의 작품은 물론 오랜만에 한국 애니메이션도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박스오피스에서 애니메이션 영화가 선전하고 있어 개봉 대기 중인 영화들에도 기대감이 실린다.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말모이’와 ‘내 안의 그놈’이 개봉하면서 3위로 내려왔지만 14일까지 누적관객수가 137만6,715명에 달한다. 연말 한국 영화 대작인 ‘PMC: 더 벙커’(166만)와 ‘스윙키즈’(146만)의 부진과 비교하면 더 도드라지는 성과다. 어린이ㆍ가족 관객의 티켓 파워를 새삼 실감할 수 있다.
주인공은 오락기 속 게임 캐릭터인 랄프와 바넬로피. 2012년 ‘주먹왕 랄프’ 1편에서 자유 의지를 가지고 게임 세상에서 탈출한 두 주인공은 2편에서 와이파이를 타고 인터넷 세상 속으로 들어가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킨다. 인터넷에 접속한 네티즌의 IP를 의인화하고, 검색 엔진으로 순간이동을 하는 등 인터넷 특성에 기반한 상상력이 기상천외하다. 디즈니의 인기 캐릭터들이 대거 카메오로 등장해 볼거리도 풍성하다.
16일에 나란히 개봉하는 한국의 ‘언더독’과 일본의 ‘미래의 미라이’는 성인 관객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용이라는 편견을 깨뜨리는 묵직한 주제의식이 담겼다. ‘언더독’은 중국 3대 국제영화제 중에 하나인 실크로드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베스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고, ‘미래의 미라이’는 최근 열린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로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언더독’은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한 오성윤ㆍ이춘백 감독의 신작이다.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견들이 자유를 찾아 떠나는 험난한 모험을 그린다. 인간의 혐오와 폭력에 고통받는 유기 동물의 현실에서 출발한 이야기지만 결국엔 주체적인 자아를 깨닫는 여정으로 이어지며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유명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미래의 미라이’도 개인의 존재와 그 근원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네 살 꼬마 쿤. 갓 태어난 여동생 미라이에게 부모의 관심을 빼앗겨 속상한 쿤이 미래에서 온 여동생과 함께 과거로 환상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쿤의 여행은 3대를 거슬러 올라가 어린 시절 엄마와 청년 시절 증조할아버지까지 만난다. 호소다 감독은 “시간과 세대를 넘어 사람의 일생이 되풀이되는 모습을 통해 거대한 생명의 순환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손꼽아 기다려 온 인기 애니메이션의 속편도 차례로 등판한다. 30일 개봉하는 ‘드래곤 길들이기3’는 동명 시리즈의 최종편이다. 2010년 1편은 관객수 260만명, 2014년 2편은 300만명을 기록했다. 높은 인지도에 최종편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흥행 요소가 많다. 설 연휴 극장가의 복병으로 점쳐진다.
다음달 6일엔 ‘레고 무비2’가 관객을 만난다. 조립 장난감 레고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2014년 1편은 영국 아카데미영화상과 뉴욕영화평론가협회상 등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서 5억달러를 벌어들였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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