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정 작가가 작품 기획 계기부터 이번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까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모든 것에 답했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에서는 송재정 작가의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해 12월 1일 첫 방송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투자회사 대표인 남주인공 유진우(현빈)가 비즈니스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갔다가 전직 기타리스트였던 여주인공 정희주(박신혜)가 운영하는 싸구려 호스텔에 묵으며 두 사람이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현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종영까지 2회를 남겨두고 있으며, 지난 방송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10.0%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특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AR(증강현실) 게임을 소재로 파격적인 전개와 현실감 넘치는 CG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비롯해 게임, 방송 관계자를 불문한 화제를 모았다.
이날 송재정 작가는 AR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시작 계기에 대해 “원래 ‘W’가 끝난 후에 구상 중이었던 작품이 타임슬립물이었다. ‘인현왕후’ ‘나인’의 삼부작을 나름 마무리하고 싶었다. 미래에서 현재로 온 남자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 남자 주인공이 유진우였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당시 스토리 라인은 정해져 있었다. 낯선 자의 방문에 총을 맞고 쓰러진다가 시작이었는데, 하다 보니 제 스스로 타임슬립을 많이 해서 그런지 욕구가 생기지 않더라”고 말한 송 작가는 “소재에서 뭔가 새로운 게 없을까 방황하던 중에 ‘포켓몬 고’ 열풍이 불어서 ‘이건 뭘까’ 하는 호기심에 해봤다. 여의도 광장에서 포켓몬을 잡아보면서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더라. 게임을 좋아했었지만 지금까지 게임 소재로 집필 한 적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구현이 어려워서였다. 그런데 ‘포켓몬 고’처럼 아이템만 CG로 처리할 수 있다면 드라마 화 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때 타임슬립을 버리고 유진우라는 인물은 남겨둔 채 증강현실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송재정 작가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높은 화제성에 대해 “열띤 반응에 비해서 시청률은 잘 안 나오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특히 10대에서 40대 이하 연령대가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항상 ‘이 소재가 먹힐까’하는 고민이 있는데, 늘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만족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임을 소재로 한 만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극 초반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송재정 작가는 “저는 1회 광장에서 현빈 씨가 게임을 하는 장면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어떻게 게임을 하는 것처럼 구현할 수 있을까가 궁금했기 때문에 저에게 가장 즐거웠던 신이다”라며 게임 소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판타지 로맨스로 알고 계셨던 분들이나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초반 시청층에서 많이 이탈하셨고, 이후 시청층의 유입과 이탈이 반복되면서 7-8회 쯤부터 게임에 많이 적응하신 것 같더라”며 “게임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보실 만큼의 설정만 적용했다. 레벨업, 무기 변경 등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복잡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가이드라인을 소박하게 잡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고 독특한 소재의 대중성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음을 덧붙였다.
또 일각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남녀 주인공 현빈-박신혜의 멜로 라인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남자주인공을 더욱 피폐하게 설정했었다. ‘아저씨’나 ‘레옹’처럼 희주라는 순수한 인물이 남자 주인공 진우에게 구원자 같은 느낌이길 바랐다”며 “그런데 현빈, 박신혜 두 분의 캐스팅을 듣고 미모가 너무 아까워서 제 나름대로 스토리 구조를 망가트리지 않는 한에서 두 분의 멜로를 넣으려다보니 굉장히 힘들었다. 저의 욕심이 두 분의 케미를 조금 더 활용해보자는 욕심이라서 힘들었는데, 멜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왜 이렇게 어렵게 꼬아놨냐고 하실만도 하다. 제 나름대로는 많이 노력했고, 실제보다는 많이 늘어났다고 봐 주시면 좋을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송재정 작가는 현빈과 박신혜, 연출을 맡은 안길호 감독에 대한 감사함과 만족감도 덧붙였다.
송 작가는 현빈에 대해 “연기를 하는 걸 보면서 저도 감동하고 있다. 너무 완벽하게 구현해주시고 있다”고 극찬한 뒤 “액션을 워낙 잘하시는 분이어야 하고 멜로도 잘하셔야 하고 재벌이어야하고 신체 조건도 좋아야 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현빈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번에 같이 작업해서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박신혜에 대해서는 “능동적이진 않은 캐릭터였지만, 엠마라는 역할으로 본인에게 새로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박신혜도 엠마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아마 16회까지 보시면 놀라게 될 거다. 깊은 멜로에서의 연기에 정말 놀랐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사실 (캐릭터에 대한) 욕심도 있으셨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매 회 감각적인 연출로 송재정 작가와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는 안길호 감독에 대해서는 “처음 감독님을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광장 신’에 대해서 저랑 똑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더라”며 “그래서 ‘되겠다’ 싶었다. 1회 시사를 보고서는 감탄했다. 어떻게 이렇게 대본보다 훨씬 더 좋은 퀄리티의 놀라운 그림을 만들어내셨나 싶었다. 많은 지원과 도움을 받아 운이 좋았던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기본적으로 제 드라마의 주인공은 전형적인 히어로”라며 “이번 드라마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어떤 사람이 여러 과정을 거쳐서 다 겪으면서 사랑을 찾고 진짜 영웅이 되는 과정”이라고 전한 송재정 작가는 종영까지 남은 2회 방송에 대한 기대감도 당부했다.
송 작가는 “엠마가 황금열쇠를 받고 끝난 게 아니다. 아직 보여드리지 않은 것 뿐이고, 엠마의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며 “왜 꼭 박신혜가 엠마였어야 했는지도 15, 16회에 나온다. 거기에 중점을 두고 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시청 포인트를 전했다.
또 “그리고 진우의 지긋지긋한 과거 관계들, 사실 진우라는 인물은 재벌인 것 빼놓고는 문제가 너무 많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한 송 작가는 “본인이 당당하게 희주에게 가려면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완전한 해결이 저에게도 중요한 문제라서 진우의 마음이 빚을 갚는 이야기를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W’에 이어 또 한 번 파격적인 소재와 도전으로 대중을 놀라게 한 송재정 작가의 차기작은 뭘까.
이날 기자간담회 말미 송 작가는 “제가 뭘 한번 하면 질릴 때까지 하는 스타일이다. ‘인현왕후’ 때도 타임슬립물이었고, ‘나인’에 이어 삼부작까지 하려고 했을 정도였던 것만 봐도 그렇다”며 “‘알함브라’를 하기 전에는 증강현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겁이 났었는데 자신감을 많이 얻어서 한 번 하고 버리기엔 게임 소재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작품에는 조금 더 복잡한 퀘스트, 복잡한 게임 이야기로 들어가도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하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홍헤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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