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물질 원료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ㆍ판매ㆍ유통한 국내 대기업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1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SK디스커버리(제조 당시 SK케미컬), 애경산업, 이마트의 본사에 각각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제품의 제조 및 판매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SK디스커버리는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만든 회사다. 애경산업은 이 원료로 만들어진 ‘가습기메이트’라는 이름의 살균제를 팔았고, 이마트는 이 제품 유통에 관여했다.
앞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유해성이 입증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원료로 쓴 것이 밝혀져 처벌로 이어졌다.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월 징역 6년형을 확정받았다. 그는 독성 물질인 PHMG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고 제품에 사용해 사망자 73명 등 181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가습기메이트’처럼 CMIT와 MIT를 쓴 제품은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 CMI와 MIT의 유해성 자료가 쌓였고,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관련 연구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 피해자 단체 등이 모인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가 지난해 11월 SK디스커버리와 애경산업 전ㆍ현 대표 등 14명을 다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 수사가 다시 재개됐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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