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 기준 한국이 세계 제조업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상위권’을 차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가가치 기준 수출을 늘리려면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 김종섭ㆍ이승호 교수와 한국은행 음지현 부연구위원은 15일 발표한 BOK경제연구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방식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 산업별 분석’에서 2000∼2011년 한국의 부가가치 기준 수출 비중은 관찰 대상국 61개국 중 8위라고 밝혔다. 2017년 수출단가를 단순 합산한 총 수출액 기준으로 한국이 전 세계 130여 개국 중 6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가가치 순위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부가가치 기준 수출은 총액 수출과는 다른 개념이다. A라는 국가의 부가가치 기준 수출은 ◇다른 국가의 수출품에 중간재로 투입한 A국 수출품의 부가가치를 더하고 ◇A국 수출품 중에서 중간재로 쓰인 수입품의 부가가치를 뺀 것이다. 특정 수출품에서 자국의 기여도가 클수록, 즉 핵심 기술을 보유할수록 커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제조업의 경우 ‘글로벌 가치사슬’(GVC) 전방 참여도가 높을수록 부가가치가 커진다. 글로벌 가치사슬은 제품 설계, 부품과 원재료 조달,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각 과정이 다수 국가에 걸쳐 이뤄지는 분업체계를 뜻한다. 전방 참여도는 이 같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제품 설계, 부품 조달 등 앞 단계에 참여하는 활동을 뜻한다. 보고서에서는 이를 총수출 대비 수출대상국의 수출에 사용된 투입재의 부가가치로 측정했다.
후방 참여도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뒷단계에 있는 생산, 유통 판매 등에 참여하는 과정이다. 총수출 대비 국내 수출을 위해 사용된 수입 중간재의 부가가치로 추산했다.
다만 산업별로 부가가치 기준 수출 비중 상승 방식은 달랐다. 자동차와 같은 운송장비 제조업의 경우 전방 참여도가 높을수록 부가가치 기준 수출 비중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ㆍ개발(R&D), 브랜드 설계 등이 운송장비 제조업의 대표적인 전방 참여에 해당하는데, 완성차 수출에선 이 같은 생산능력을 보유한 미국, 일본, 독일 등이 산업 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반도체, 냉장고, 세탁기를 포함하는 전기 및 광학기기 제조업은 후방 참여도가 높을수록 부가가치 기준 수출 비중이 올랐다. 산업 내 표준화, 자동화 정도가 높아, 개발도상국이더라도 GVC에 쉽게 참여해 수출에 차지하는 기여가 커질 수 있어서다.
한국은 운송장비 제조업 수출 순위에선 6위, 전기 및 광학기기는 5위에 올랐다.
연구팀은 “총액 기준으로 본 수출이 기업의 매출 개념이라면 부가가치 기준 수출은 기업의 영업이익에 해당한다”며 “매출이 커도 영업이익이 작으면 별 볼 일 없듯 수출 총액보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만큼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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