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나 대형마트 등으로 동물을 옮겨가며 전시하는 이동 동물원에 대한 관리가 미흡해, 동물뿐 아니라 관람객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1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월 15일부터 4개월간 실시한 이동형 동물원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동 동물원은 어린이집이나 학교, 문화센터, 행사장 등 다양한 장소로 동물을 옮겨 전시하는 체험형 동물원으로, 아이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그러나 어웨어가 온라인상에서 검색할 수 있는 11개 업체 시설을 실제 방문하고 체험전시 수업에 참여해 실태를 살펴본 결과, 이중 2곳은 사업자 등록 주소지가 일반 주거시설로 돼 있어 사육 환경 확인 자체가 불가능했다.
나머지 9곳은 동물을 사육하는 시설이 있었지만 환경이 열악했다. 대부분의 이동 동물원은 사자, 유인원 등의 동물을 비좁은 전시장에 방치했고, 돼지, 페럿, 라쿤 등의 동물은 아예 이동이 용이하도록 바퀴가 달리고 발이 빠지는 사육장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고정된 시설이 있더라도 시설 개방이나 관람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며 “그러다 보니 오전 4시간만 근무하는 업체에서는 동물에게 18시간 이상 사료나 물을 주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체험수업을 한 3곳은 모두 세면대 등 위생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아이들이 체험 도중 손 세척이나 소독을 할 수 없었다. 이 대표는 “동물이 이동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동물을 만지면 인수공통감염병을 얻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 관람객이 동물을 함부로 다루는 일도 빈번했다. 햄스터 등을 손으로 세게 쥐거나 꼬리를 잡아당기고, 설치류 동물을 땅에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 대표는 “현재 동물원수족관법 상 10종 50개체 이상 동물을 사육하는 시설만 시ㆍ도지사에 등록하게 되어있어 이동동물원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동동물원이라도 동물과 관람객의 불필요한 접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