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위상 제고 의도” 분석도
‘외교적 타산이냐, 북한에 대한 은혜 갚기냐.’
북한과 미국에 대한 적극적 구애로 베트남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의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다. 베트남 하노이 외교가에서는 베트남 정권의 이런 행보가 외교 실리를 극대화하려는 포석보다는 ‘신세를 진 건 반드시 갚는다’는 베트남 민족 특유의 정서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베트남 외교가 관계자는 14일 “베트남 공산당과 권력 핵심층 일정을 두루 감안하면 베트남이 낙점된 분위기”라며 “정권 내부에서도 회담 장소 제공을 통해 오랜 ‘친구’ 북한에 ‘보은’하게 돼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 당시 비공식 파병을 통해 자신들을 도운 북한을 전통의 우방으로 여기고 있다. 한국이 대규모 투자로 경제적 측면에서 가까워 졌어도 베트남 권력층은 기회가 닿는 대로 북한에 보은해야 한다는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말 베트남을 찾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접견한 자리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적들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북한은 베트남을 도왔다”는 말로 사의를 표시했다.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도 리 외무상에게 “베트남은 북한의 필요에 부합하는 사회, 경제 발전과 국가 건설 경험을 공유할 준비다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북한을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어, 그 동안 베트남 정부가 ‘속앓이’를 했는데 북미 2차 정상회담 유치가 대북 보은의 주요한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유치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제고 목적으로 분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베트남은 혈맹인 북한에 ‘보은’하고 장기적으로는 대북 경제협력 초석을 다지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도 베트남 입장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베트남이 북한과의 본격적인 경제협력의 기반을 마련한다면 기존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협력 범위를 북한으로 확대하고 남ㆍ북ㆍ베트남 삼각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베트남 현지 언론들도 북미 2차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이 최종 후보지에 올랐다”는 기사들을 쏟아내며 큰 기대감을 보였다. 이에 따라 베트남이 정상회담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북한에 도움을 줄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한 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빈 방문 형식으로 먼저 찾은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나중에 만나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상회담 시기로는 현재 뗏(설) 이후인 2월 둘째 주 또는 셋째 주가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이 베트남의 올해 첫 국빈이 되는 의미도 갖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한우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는 “베트남에서는 새해 첫 손님이 한 해 운을 결정 짓는다는 믿음이 크고, 그래서 첫 손님 선정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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