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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 ‘미투’ 이제 시작이다

입력
2019.01.14 19:00
수정
2019.01.14 20:4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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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유용 선수 “유도 코치가 성폭행” 

 접촉 잦은 투기 종목 추행 무방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스포츠계 ‘미투’(#Me too)가 전 종목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 여자 유도 선수 신유용(24)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영선고 재학 시절인 2011년 여름부터 고교 졸업 후인 2015년까지 영선고 전 유도부 A코치에게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14일 “영선고 1학년 때 강원 철원 전지훈련 숙소에서 A코치가 강제로 입을 맞췄고 이후 학교로 돌아와 남교사 기숙사에서 성폭행을 했다”고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성폭행 사실을 알리면 내 유도 인생이 끝나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현역 선수들은 피해 사실을 알리기 힘들 텐데, 그래도 용기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유도회는 “피해자와 피의자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범죄 사실 여부를 떠나 지도자가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19일 이사회에서 A코치에게 영구제명 및 삭단(유도 단급을 삭제하는 행위) 징계를 내리는 안건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관련 고소건을 수사하는 전주지검 군산지청도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A코치의 성폭행은 매트 밖에서 이뤄졌지만 사실 신체 접촉이 불가피한 투기 종목 선수들은 종목 특성상 성추행에 쉽게 노출돼있다. 지도자가 나쁜 마음만 먹으면 자세를 잡아준다거나, 기술을 지도한다는 핑계로 얼마든지 선수 몸에 손을 댈 수 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레슬링 대표팀에선 훈련 중 여자 선수들이 지도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레슬링협회 관계자는 “지난 12일 관련 조사를 한 결과, 성추행 문제는 아니었다”며 “선수가 스포츠권익센터에 신고한 건 맞지만 ‘훈련량이 너무 많아 힘들다’는 내용이었다”고 해명했다. 레슬링계 인사는 “훈련을 하다 보면 신체 접촉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데, 선수가 불쾌하다고 느끼면 추행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반면 지도자는 아무 감정 없이 기량 향상 만을 위해 지도한 것이라며 억울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택견에서는 2011년 10월부터 2013년 초까지 경기 용인 택견전수관장이 4차례에 걸쳐 수련생인 10대 여성의 도복을 벗기고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2015년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또 이달 초 태권도에선 사범이 근무하던 태권도장 탈의실에서 어린 제자의 신체를 더듬고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스포츠 관련 자문을 맡고 있는 장달영 변호사는 “격렬한 투기 종목은 강인함과 정신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신체 접촉이 있는 종목은 절대 둘만의 장소에서 훈련이 이뤄지는 것을 막고 여러 명이 지켜보는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 지도자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투기 종목은 일반 종목에 비해서도 현저히 여성 지도자가 적다. 전체 종목의 여성 지도자는 17.8%(3,571명)인데 반해 10개 투기 종목 평균 여성 지도자는 6.2%(321명)에 불과하다. 특히 레슬링, 복싱, 씨름, 카바디 등의 여성 지도자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이자, 대한태권도협회 부회장인 임신자 경희대 교수는 “훈련시 지도자와 선수간 신체접촉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시대가 변했으니 괜히 오해 받을 상황은 피해야 한다. 여성 지도자가 늘어나면 많이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서진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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