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시 고부군 거주 문순임 할머니 주인공, 2009년엔 정읍시 ‘장한 어머니상’ 수상
“어머니의 장수도 행복한 일이고, 어머니 생전에 자식들이 공직에서 200년 가깝게 근무한 것도 기쁜 일입니다. 자식을 사랑과 애정으로 키워주신 어머니께 감사 드립니다.”
문순임(98) 할머니의 큰 아들 김정일(79)씨는 14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자신을 포함해 3남3녀 모두 원만하게 직장생활을 마무리한 데 대해 어머니께 영광을 돌렸다. 문 할머니와 자녀들은 지난 7일 어머니의 98세 생일과 송파우체국에 근무하다 지난달 31일 공로연수에 들어간 막내 딸 정란(60)씨를 자축하는 축하연을 가졌다. 이로써 문 할머니 자녀들의 공무원 총 근속연수는 182년을 채웠다. 전북 정읍시 고부면에 거주하는 문 할머니는 99세를 의미하는 백수(白壽)를 일 년 앞두고 자녀와 함께 다복을 누리고 있다.
1922년 전남 장성군 북일면에서 태어난 문 할머니는 1939년 농업에 종사하던 김숙봉(당시 25세)씨와 결혼해 4남3녀를 뒀다. 이 중 막내인 정환(57)씨만 민간 건설회사에 취업했고 나머지 자녀는 모두 공직에 몸담았다.
정일씨는 1965년 익산시청에서 1년간 근무 후 이듬해부터 체신부 직할인 서울저금보험관리국에 입사 후 34년간 근무하다 의정부우체국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했다. 정일씨는 현재 ‘4ㆍ18 민주의거 기념사업회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둘째 아들 정락(73)씨는 31년간 교육계에 근무하다 2003년 정읍남초등학교 교감으로 명예퇴직했다. 셋째 아들 정옥(69)씨 역시 34년간 교육계에 근무하다 여수 구봉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했다.
첫째 딸 정자(65)씨는 40년간 우체국에서 근무하다 강동우체국 주무관으로 정년퇴직했고, 둘째 딸 정이(62)씨는 1977년 KT가 정부 부처 소속일 때 공무원 생활을 5년간 했다. 공사인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전환된 후 계속 근무하다 민영화 이듬해인 2003년 신사지점에서 퇴직했다. 막내 딸 정란씨는 37년간 우체국에서 근무했다. 올해 6월 말 정년퇴직이다.
문 할머니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남다른 교육 열정으로 아들들은 대학교에, 딸들은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도록 전심을 다했다. 정일씨는 “어머니는 자신이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자식들만이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 반듯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문 할머니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선행에도 힘썼다. 남편과 사별한 1984년부터 남편을 기리는 뜻으로 일곱 자녀가 졸업한 고부초등학교에 ‘순임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백미 한 가마(80㎏) 상당 금액(당시 시가 10만원)을 13년간 기부했다. 자녀들도 어머니의 깊은 뜻을 이어받아 2006년 고부초등학교 개교 100년을 기념해 400만원을 기부했다. 모범이 되는 교육열과 선행으로 문 할머니는 2009년 정읍시로부터 ‘장한 어머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다복하고 화목한 모습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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