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랭보’ 中 수출
현지 관객들 호평 이어져
CJ ENM, 브로드웨이 진출
‘물랑루즈’ ‘어거스트 러쉬’ 등
공동제작 통해 한국공연권 선점
#1. 지난해 12월 중국 상하이의 대표 극장인 대극원 중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랭보’를 현지 관객들은 호평했다. ‘대본이 탄탄하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깊은 감정이 담겨 있다’는 취지의 후기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를 달궜다. 프랑스의 천재 시인인 랭보를 다룬 이 작품은 한국 창작뮤지컬이다. 한국 제작사 라이브와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가 공동 제작했다. 지난해 한국 초연 43일 만에 해외 진출해 화제가 됐다. 한국 원작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했고, 중국 배우와 스태프들이 한국을 찾아 연습했다. 한ㆍ중 동시 공연은 중국 뮤지컬계에서도 큰 이슈였다.
#2. 올해 6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알 허쉬펠드 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물랑루즈’의 제작진 크레디트에는 한국 기업인 CJ ENM이 들어 있다. CJ ENM은 뮤지컬 개발 초기부터 공동제작자로 참여해 약 100만달러(약 11억2,000만원)를 투자했다. 한국 공연권도 선점했다. 미국 투어 공연은 물론이고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도 공동제작 권리를 갖는다. CJ ENM 관계자는 “좋은 작품을 내는 제작사에서 먼저 투자 제안을 해 올 정도로 브로드웨이 제작사들과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둘은 한국 뮤지컬 수출 양식이 다양해진 사례들이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주로 겨냥했던 제작사들이 영미권 진출이라는 ‘큰 꿈’을 품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창작 뮤지컬의 라이선스를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자, 제작자로 나서기도 한다.
중국은 최근 뮤지컬 시장이 급격히 성장해 한국 뮤지컬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공연장과 관객수가 느는 데 비해 현지 뮤지컬 제작사는 많지 않아서다. 중국도 한국과의 컬래버에 적극적이다. ‘랭보’는 기획 초기단계부터 중국 제작사인 해소문화와 협업하며 작품을 개발했다. 왕해소 해소공연 대표는 “모두가 올해 공연을 기대하고 있다”며 “‘랭보’가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공연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뮤지컬 해외 진출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제작사 라이브가 만든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는 중국에, ‘팬레터’는 대만에 진출했다. ‘팬레터’는 2020년 중국과 일본 라이선스 공연을 앞두고 있다.
한국의 ‘제작 방식’을 수출하기도 한다. 13일 한국뮤지컬협회 주최로 열린 ‘K-뮤지컬 글로벌 네트워크 컨퍼런스’에서 EMK뮤지컬컴퍼니는 라이선스 뮤지컬의 현지화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2010년부터 ‘모차르트!’ ‘엘리자벳’ ‘몬테크리스토’ 등 유럽 뮤지컬을 국내에 소개해 온 EMK뮤지컬컴퍼니는 2015년 ‘마리 앙투아네트’를 헝가리에 역수출했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창작뮤지컬 ‘마타하리’와 ‘웃는남자’를 일본에 라이선스 수출했다. 세 번째 창작뮤지컬인 ‘엑스칼리버’ 역시 글로벌 시장 수출을 염두에 두고 아서 왕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뮤지컬의 수도는 여전히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다. CJ ENM은 ‘뮤지컬 수도 진격’을 목표 삼아 제작 투자 방식을 시도 중이다. 2004년부터 투자와 공동제작 방식으로 CJ ENM이 참여한 해외 뮤지컬 프로덕션은 26개가 넘는다. 요즘은 단순 투자를 넘어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다. ‘물랑루즈’는 ‘보디가드’ ‘킹키부츠’에 이은 CJ ENM의 글로벌 프로듀싱 3호작이다. 브로드웨이의 ‘어거스트 러쉬’, 웨스트엔드의 ‘백 투더 퓨처’에도 CJ ENM이 공동 개발자로 이름을 올렸다. ‘어거스트 러쉬’의 경우 메인 프로듀서로 나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했다. 올해 말 한국에 소개되는 ‘빅 피쉬’는 2013년 브로드웨이 공연 당시 CJ ENM이 협력 프로듀서로 참여해 한국 공연권을 선점한 사례다. 박민선 CJ ENM 공연사업본부장은 “‘물랑루즈’의 IP 확보는 한국 뮤지컬 제작사가 세계 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증거”라며 “국내 뮤지컬 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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