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곧 상해혐의 송치…군의회는 15일 윤리특별위 구성 협의
해외연수 중 현지가이드를 폭행한 박종철 경북 예천군의원이 의원직 자진사퇴를 일단 거부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14일 본지와 통화에서 사퇴여론에 대해 “지금은 어떤 말을 해도 구차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 같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사법처리 여부와 군의회 ‘제명’ 논의 등 여러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폭력전과가 있다거나 술에 취해 폭행했다는 등 사실이 아닌 내용이 기사화되고 있다”며 일부 언론보도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때려봐라 나도 돈 좀 벌어보자’는 얘기는 합의서 쓴 것을 경찰서에 가서 공증하자고 하니 (가이드가) 다시 합의서를 뺏으려고 나를 밀치는 바람에 화가 나서 한 말이다”고 말했다. ‘손사레 치던 중 가이드 얼굴에 상처가 났다’고 처음 말한 것을 두고는 “동료 의원들 피해가 걱정돼서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의 지인인 A씨는 “지금 의원직을 사퇴하면 변명의 기회도 사라지고 ‘파렴치한’으로 낙인 찍혀 지역사회에서 매장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씨는 “상해혐의 부분은 인정하고 법적 처분을 받겠지만 동료 군의원들이 윤리특위를 열어 제명하면 이에 불복해 소송하는 방안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경북도당은 최근 윤리위원회를 열어 박 의원을 영구제명하고 이형식 예천군의장은 당원권 1년 정지,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했다. 이는 ‘전원사퇴’ 여론에 크게 미흡한 조치여서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농민회 경북도연맹은 14일 예천 최교일 국회의원 사무소를 찾아가 “당적을 가진 군의원 전원 제명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박 의원을 한차례 소환 조사한 예천경찰서는 이번 주 중 박 의원을 상해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폭행으로 미간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은 부분은 확인됐기 때문이다.
박원식 예천경찰서 수사과장은 상처의 정도에 대해 “가이드가 응급처치를 받은 캐나다 토론토 병원에서는 치료기간을 정하는 진단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사진과 동영상을 토대로 자체 판단한 결과 전치 2주 정도의 상처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이드에게 진료확인서를 제출 받아 국내 의료진에 자문을 구할 방침이다.
폭행의 발단을 두고는 가이드와 박 의원의 진술이 서로 달랐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의장이 “초선의원들이 무슨 벼슬이나 하는 것처럼 너무 설치고 있어 큰일이다”고 말하니 가이드가 ‘의원들 인솔하는데 힘들겠다. (박종철)부의장이 비협조적이다’고 답변하는 것을 듣고 화가 나서 때렸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가이드는 “의장과 여행 일정에 대해 일상적인 대화를 하던 중 갑자기 다가와 폭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가이드에게 재진술서를 보내 답변을 요구했다.
예천군의회는 15일 간담회를 열어 박종철 의원 제명 등의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등 임시회 일정을 협의한다. 임시회는 21일 열 예정이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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