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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엘리자베스 쇼트(1.15)

입력
2019.01.15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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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악의 미제 살인사건 희생자 중 한 명인 '블랙 달리아'의 엘리자베스 쇼트.
미국 최악의 미제 살인사건 희생자 중 한 명인 '블랙 달리아'의 엘리자베스 쇼트.

미국 여성 엘리자베스 쇼트(Elizabeth Short)의 시신이 1947년 1월 15일, LA 인근 레이머트(Leimert) 공원 산책로 인근에서 발견됐다. 시신은 얼굴과 가슴 등 곳곳에 심한 타박상과 자상이 있었고, 입술도 귀 쪽으로 찢긴 이른바 ‘글래스고 스마일’ 형상으로 훼손된 상태였다. 허리 부위에서 절단돼 두 동강이 났고, 내장은 모두 제거돼 시신 옆에 따로 모여 있었다. 그날 오전 어린 딸과 산책 도중 시신을 발견, 신고한 시민은 처음엔 버려진 마네킹인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LA경찰은 1년여의 수사 과정에 150여명의 용의자를 추적하고도 범인을 찾는 데 실패, 언론을 비롯한 시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언론 역시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주변인들의 진술을 경쟁적ㆍ선정적으로 보도,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쳐 여론의 지탄을 샀고, 결과적으로 사건 보도의 원칙과 언론 윤리의 문제를 고민하게 한 계기가 됐다. ‘블랙 달리아’란 쇼트의 별명도, 평소 그가 자주 입었다는 검은 정장에 착안해 한 신문 기자가 한 해 전 개봉한 필름 느와르 ‘The Blue Dahlia’에서 차용해 처음 쓴 호칭이라 알려져 있다.

보스턴 출신인 쇼트의 가정환경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1929년 대공황 여파로 사업에 실패한 뒤 집을 나갔고, 쇼트는 어머니와 함께 성장했다. 어려서부터 천식 등을 앓았고 15세에 폐 수술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고교 2년을 중퇴한 뒤 건강을 위해 플로리다 마이애미와 캘리포니아의 아버지 집 등을 전전했고, 10대 말 이후부턴 LA 변두리에 방을 얻어 혼자 살며 웨이트리스 등으로 일했다. 배우의 꿈을 품기도 했다지만,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거나 이력을 쌓지는 않았다. 생전의 그가 지인들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된 건 1947년 1월 9일이었고, 이후 행적은 경찰 조사에서도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블랙 달리아’는 가장 엽기적이고 악명 높은 미제 사건 중 하나로, 당시 미국인에게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이야깃거리였고, 제임스 엘로이의 동명 소설(1987)과 영화(2006)를 비롯, 수많은 범죄소설과 드라마ㆍ영화의 직간접적 모티프가 되기도 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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