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아버지 왓슨, 연구소 명예직도 박탈당해
‘유전자(DNA)의 아버지’인 미국 과학자 제임스 왓슨(90)이 인종차별 발언으로 자신이 수장으로 근무했던 연구소의 명예직까지 박탈당했다. 왓슨은 DNA 구조를 밝혀내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고,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거쳐 40여년간 세계 최고의 분자생물학 연구소인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를 이끌어온 석학이다.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미국 뉴욕 소재)는 “인종과 유전학 주제에 관한 왓슨 박사의 근거 없는 개인적 견해를 전적으로 거부한다. 왓슨에게 부여했던 모든 타이틀과 명예를 박탈한다”는 성명을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소는 “왓슨 박사의 발언은 과학에 의해 증명되지 않은, 비난 받아 마땅한 것”이라며 “편견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학을 잘못 이용한 점을 비판한다”고 덧붙였다. 왓슨은 이 연구소의 소장(1968), 대표(1994), 총장(2004) 등을 역임했다.
왓슨이 인종차별 발언을 시작한 것은 2007년. 영국의 한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백인과 흑인이 동등한 지적 능력을 갖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흑인 직원들을 다뤄본 사람들은 다 안다”고 발언해 큰 파문을 일으켜 과학계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당시 연구소는 왓슨의 총장직을 박탈했지만 명예 총장, 명예 석좌교수, 명예 이사직은 유지했다.
그러나 왓슨이 지난 2일 방송된 미국 공영방송 PBS 다큐멘터리에서 “2007년의 인종차별적 견해가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고 말해 다시 파장이 일자 연구소는 결국 왓슨과의 모든 인연을 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왓슨은 이 방송에서 “흑인과 백인 사이에는 평균적인 지능지수(IQ)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나는 그 차이가 유전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학계에서 퇴출당한 왓슨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2014년 노벨상 메달을 매각하기까지 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자동차 사고로 부상을 입어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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