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대회 개막 전까진 우승 후보로 꼽히며 무난히 조1위에 오를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중국이 조금 더 우세한 형국이다. 한국과 같은 조에서 필리핀, 키르기스스탄과 번갈아 가며 경기를 치른 중국은, 한국이 1-0으로 어렵게 이긴 두 팀을 각각 2-1(키르기스스탄), 3-0(필리핀)으로 꺾었다. 한국과 중국은 나란히 2승을 거뒀지만 골 득실에서 중국(+4)이 한국(+2)을 앞서며 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파울루 벤투(50)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오후 10시 30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나얀 경기장에서 열리는 중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반드시 이겨야만 조1위에 올라 ‘꽃길’ 토너먼트를 걷는다. C조 1위와 2위의 토너먼트 대진은 각각 ‘꽃길’과 ‘가시밭길’에 비유된다. C조 1위는 대진상 이란과 일본이 포함된 D조, F조 1위와 결승까지 만나지 않는데다, 조2위 때보다 이틀을 더 쉬고 16강전을 치른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4일 오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하고 대표팀에 합류하는 손흥민(27ㆍ토트넘)의 체력 회복이나, 충분한 전술 점검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조1위로 16강에 올라야 한다.
중국전 승리를 위해선 우레이(28ㆍ상하이 상강)를 틀어막아야 한다. 손흥민, 황의조(27ㆍ감바오사카)보다 기량은 낮게 평가되지만, 중국에선 ‘보물 공격수’로 극찬 받고 있다. 우레이는 지난 시즌 중국 슈퍼리그에서 29경기에 출전해 27득점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우레이 활약 속에 소속팀 상하이 상강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중국 언론은 우레이가 황의조를 넘어 손흥민과 라이벌이라며 추켜세운다.
우레이는 키르기스스탄과 1차전에선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필리핀과 2차전에서 2골을 몰아넣으며 3-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부터 A매치에 나서 날카로운 득점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한국으로선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 5월 미얀마와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이후 태국, 시리아, 이라크와 평가전에서도 득점 행진을 이어가며 지난 필리핀 전까지 총 7골을 넣었다. 이번 대회에서 교체 출전으로만 2골을 넣으며 맹활약하는 위다바오(31ㆍ베이징 궈안)과 호흡하며 한국의 골문을 열여 젖히겠단 각오다.
한국으로선 중국전 ‘믿는 구석’이 있다. 손흥민이 돌아오고, 부상에서 회복 중인 기성용(30ㆍ뉴캐슬)의 출전도 기대해 볼 만하다. 무엇보다 앞선 두 경기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은 골키퍼 김승규(29ㆍ비셀고베)와 수비진도 건재하다. 벤투 감독은 키르기스스탄 전 득점기회 속에 3차례나 골대를 맞힌 점을 의식한 듯 “득점력이 떨어지는 게 우려될 수 있지만, 앞으로 골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마무리를 제대로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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