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남 통영 욕지도 남쪽 해상에서 가스 운반선과 낚시어선이 충돌, 낚싯배가 전복되면서 3명의 사망자와 2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사고는 두 선박이 충돌 위험을 인지하고도 서로 피해갈 것이라는 생각에서 안일하게 대처해 사고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경의 조사 결과 화물선이 사고 발생 30분이 지난 뒤 해경에 늑장신고를 하고, 낚시가 금지된 공해상에 들어간 낚싯배는 어신위치발신장치 브이패스(V-PASS)를 끄고 항해하는 가 하면, 승선원 일부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는 등 안전불감증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통영해양경찰서는 사고 발생 3일째인 13일까지 파나마 선적 3,000톤급 화물선 코에타호 선장과 1항해사, 1기관사, 조타수 등 4명에 대한 1차 조사를 통해 사고 당시 동쪽에서 서쪽으로 운항 중이던 코에타호는 4.8㎞(3마일) 전에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던 무적호를 인지했지만 충돌을 피하기 위한 ‘회피기동’을 하지 않았던 사실을 밝혀냈다. 무적호도 육안으로 화물선을 식별하고 속도만 늦췄을 뿐 충돌방지를 위해 항로를 바꾸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두 선박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코에타호 운항을 총괄하던 1항해사인 필리핀인 당직사관 A(44)씨는 뒤늦게 뱃머리를 돌렸지만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A씨는 해경 조사에서 “낚시어선이 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선은 낚싯배와 충돌한 뒤 자체 구조활동을 벌이다 30여분이 지나 해경에 신고했다.
김수옥 통영해경 수사과장은 “이 같은 사실을 화물선 항해기록장치(VDR)와 두 선박 승선원들의 진술을 통해 확보했다”면서 “이번 사고는 서로 간에 피해갈 것이라고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발생한 쌍방과실”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사고 당시 화물선 당직 사관 A(44)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ㆍ업무상과실선박전복혐의 등으로 입건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무적호 선장 최모(57)씨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했지만, 최씨가 숨져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해경은 낚시어선 무적호가 10일 출항한 지 3시간만인 오후 4시6분 이후부터 V-PASS와 자동식별장치(AIS)가 작동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그 경위를 조사 중이다.
또 무적호가 낚시가 금지된 공해상에 들어간 점과 무적호 선내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가 숨진 3명과 구조자 가운데 1명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추가로 조사키로 했다.
한편 해경은 무적호에 탄 낚시객 정모(51)씨와 임모(57)씨 등 2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해 이날 함선 42척과 항공기 5기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이어나가는 한편, 남해안 해안가 일대에 대한 육상수색을 실시했다. 해경은 수색구역도 사고 장소를 중심으로 전날인 12일 가로 46㎞, 세로 37㎞에서, 가로 74㎞, 세로 55㎞로 크게 확대했다.
무적호는 11일 오전 4시 28분쯤 통영시 욕지도 남방 약 80㎞ 공해상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을 위해 울산에서 출항에 중국으로 가던 코에타호와 충돌한 뒤 전복돼 승선원 14명 중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무적호는 뒤집힌 상태로 예인 중이며 이날 오후 8시쯤 전남 여수의 한 조선소에 도착할 예정이다.
통영=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여수=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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