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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막둥이지만 모래판에선 맞수 천하장사 꿈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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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막둥이지만 모래판에선 맞수 천하장사 꿈꾸죠

입력
2019.01.13 17:18
수정
2019.01.13 19: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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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민속씨름단 ‘막내 듀오’ 오창록·장성우

영암군 민속씨름단의 한라급 오창록(왼쪽)과 백두급 장성우가 지난 11일 전남 영암의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암=김지섭 기자
영암군 민속씨름단의 한라급 오창록(왼쪽)과 백두급 장성우가 지난 11일 전남 영암의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암=김지섭 기자

“이태현, 김기태 감독님을 넘어서겠습니다.”

영암군 민속씨름단 ‘막내 듀오’ 장성우(22ㆍ백두급)와 오창록(25ㆍ한라급)이 모래판의 세대교체를 다짐했다. 용인대 3학년을 마치고 올해 바로 성인 무대에 뛰어든 장성우는 2017년 대학부 장사급 4관왕, 보은 장사대회 준우승, 지난해 천하장사대회 8강에 오른 ‘특급 기대주’다. 한림대를 졸업하고 2017년 영암씨름단에 입단한 오창록은 한라급 최강자인 팀 선배 최성환(27)의 그늘 아래 있었지만 지난해 천하장사대회 한라장사에 처음 등극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둘은 팀에서 가장 어리지만 누구보다 큰 꿈을 꾸고 있었다. 지난 11일 전남 영암의 훈련장에서 만난 장성우는 “용인대 은사인 이태현 교수님의 장사 기록을 깨보고 싶다”며 “주위에서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는 얘기를 해줬다”고 밝혔다. 현역 시절 천하장사 3회, 백두장사 20회에 빛나는 ‘모래판의 황태자’ 이태현 교수는 제자의 당돌한 포부를 듣고 “(장)성우 덕분에 내 이름 한번 더 나왔으면 좋겠다. 내 기록을 한번 깨보라”라면서 힘을 실어줬다.

이태현 용인대 교수, 김기태 영암씨름단 감독. 대한씨름협회 제공
이태현 용인대 교수, 김기태 영암씨름단 감독. 대한씨름협회 제공

오창록 역시 현재 스승이자, ‘모래판 폭격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기태 영암씨름단 감독의 한라장사 기록(12회)을 정조준 했다. 오창록은 “감독님 장사 등극 횟수를 넘는 게 목표”라며 “쉽게 따라갈 수 없는 기록인 만큼 눈앞에 있는 대회를 하나씩 잘 풀어가면서 따라가겠다”고 자신했다. 이에 김 감독은 “워낙 성실한 선수라서 몸 관리만 잘 이뤄진다면 성적도 따라올 것”이라며 “씨름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잘 지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성우와 오창록은 대학 시절부터 희망했던 팀에 입단한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 장성우는 “영암씨름단은 장사 출신 선배들이 많고 정규직 트레이너가 있는 훈련 시스템부터 식사까지 개인적인 생각으로 최고의 팀”이라며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에서 하루 빨리 장사에 오르고 싶어 또래들보다 1년 일찍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 씨름부 선생님의 빵과 우유 등 간식 구애에 넘어가 모래판을 처음 밟았다는 둘은 현재 막내 바통을 인수인계 중이다. 지난달 말에 합류한 장성우는 “대학 시절 환경과 다르고, 나이 차 많은 삼촌뻘 형도 있어 처음엔 불편하고 눈치도 봤지만 지금은 형들이 많이 도와줘 잘 적응하고 있다”고 웃었다. 2년 간의 막내 생활을 끝낸 오창록은 장성우에 대해 “처음에 어리바리 했는데, 좀 나아졌다”며 “스트레칭 순서를 외우고 구호를 외치는 막내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둘은 덕담도 잊지 않았다. 오창록은 “(장)성우는 대학 때부터 쟁쟁한 장사 출신 선배들을 이겼을 정도로 실력은 검증됐다”면서 “난 장사 꿈을 이루는데 2년이 걸렸지만 성우는 1년 안에 해낼 것”이라고 했다. 장성우는 “(오)창록이 형을 대학 때부터 봤는데 빠른 시간 안에 장사를 했다”며 “옆에서 직접 보니까 개인 운동을 할 때도 가장 먼저 스스로 나가서 하고,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하는 모습을 보고 왜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됐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영암=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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