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델과의 결혼으로 왕좌를 버린 이전 말레이시아 국왕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이는 파항 주의 왕세자 압둘라 이브니 술탄 아흐맛 샤(60)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파항 주의 술탄에 오르게 됐다.
12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항 주 왕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하고 오는 15일 압둘라가 술탄위를 계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항 주 왕실은 전날 비공개회의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파항 주 술탄 아흐맛 샤(89)의 아들인 압둘라는 2년 전부터 고령인 아버지를 대신해 파항주를 다스려 왔다.
현지 매체들은 그가 말레이시아의 차기 국왕으로 선출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연방제 입헌군주국인 말레이시아에선 말레이반도의 9개 주 최고 통치자들이 돌아가면서 5년 임기의 국왕직인 '양 디-페르투안 아공'을 맡는다. 전임 국왕인 클란탄주의 술탄 무하맛 5세는 모델 출신 러시아 여인과의 결혼 이후 지난 6일 전격 퇴위했다.
말레이시아 각 주 최고 통치자들로 구성된 '통치자 위원회'(Majlis Raja-Raja)는 이달 24일 새 국왕을 뽑기로 한 상황이다. 순번상으로는 술탄 아흐맛 샤가 다음 국왕이 돼야 하지만, 고령과 건강악화 때문에 국왕 직무를 수행하기 힘든 형편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다음 순위인 조호르 주나 페락 주 술탄이 대신 국왕직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파항 주는 순번을 포기하지 않고 압둘라에게 술탄 위를 계승시켜 차기 국왕 후보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국왕은 명목상 군 통수권자와 3부 수반이다. 통치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국가의 구심점으로서 국민으로부터 광범위한 존경을 받으며, 정치적·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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