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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에도 멈추지 않는 간호사 ‘태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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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에도 멈추지 않는 간호사 ‘태움’ 비극

입력
2019.01.14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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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의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실습 중이던 20대 여성이 11일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 여성은 ‘동료들의 괴롭힘 때문에 힘들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며칠 전에는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의료원에서 5년 경력의 간호사가 유서를 남기고 집에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이 간호사도 유서에 ‘조문도 우리 병원 사람들은 안 왔으면 좋겠다’고 써 직장 동료들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고 한다.

이들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확한 이유는 경찰 수사와 병원 등의 진상조사 결과를 두고 봐야 알겠지만 교육 등을 빙자해 동료를 괴롭히는 간호사들의 이른바 ‘태움’ 문화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태움’ 문화가 조명 받은 것은 지난해 초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투신 사건이 계기였다. 당시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가 실시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1년 사이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한 간호사가 41%였고, 근로조건 위반 등의 인권침해를 겪은 적이 있다는 이는 70%에 가까웠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간호사 문화뿐 아니라 폭언이나 욕설을 퍼붓고 폭행까지 일삼으며 특정인을 따돌리는 다양한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 문제화 하자 이를 금지하고 개선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규가 지난해 말 개정됐다. 이 법은 직장 내 괴롭힘 조사와 피해자 보호, 사용자 처벌 등으로 ‘태움’ 같은 사례를 막을 법적 근거를 마련한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가해자 처벌 없이 내부징계를 우선한 한계도 있다. 법 개정으로 낡은 직장문화가 하루 아침에 바뀌길 기대하긴 어렵지만 과연 이 정도 법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차단할 수 있을 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간호사의 경우 생명을 다루는 업무특성상 오랜 기간 가혹한 ‘태움’이 일종의 문화로 정착돼 법 개정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태움‘ 문화의 배경에는 만성적인 간호사 인력 부족, 병원 내 합리적인 교육 시스템 미비 등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근본적 개선책이 없으면 언제든 유사한 비극이 되풀이 될 수 있음을 의료계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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