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군이 전주권 로컬푸드 직매장을 임차하는 과정에서 이항로 진안 군수의 후배가 운영하는 부동산 임대업체와 ‘수상한 계약’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직매장으로 사용할 건물이 없는데도 군이 13억 원에 달하는 임대보증금을 선지급하고, 이에 대한 채권 확보 명목으로 이미 수십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된 해당 건물 신축 예정 부지 등에 근저당을 잡아 놓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13일 진안군 등에 따르면 군은 2017년 7월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2가에 공터(9,972㎡)를 갖고 있는 부동산 임대업체 A사와 계약금 3억원을 주고 상가건물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전주 지역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계약 당시 A사는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 이에 군은 A사가 해당 공터 안에 3층짜리 건물을 지으면 1ㆍ2층(825㎡)을 농산물 직판장과 일반음식점용으로 월 임대료 없이 5년간 빌린다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군은 그러면서 임대보증금 잔액 10억원을 건축허가 때 주기로 했고, 실제 지난해 4월 잔액을 A사에 지급했다. 군이 실체도 없는 유령 건물을 빌리겠다고 임대보증금을 미리 준 셈이다.
A사의 상가 건물은 그로부터 9개월 뒤인 이달 초 준공됐다. 군은 이 과정에서 상가 건물 주차장을 진안군 직거래 장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특약사항을 내세워 A사와 보증금 3억원짜리 계약을 별도로 맺기도 했다.
A사는 이 군수와 절친한 후배인 3선의 전주시의원 출신인 윤모씨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다. 이 때문에 군이 A사에게 임대보증금을 건축비에 보태 쓸 수 있도록 미리 지급하는 상식 밖의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임대보증금에 대한 군의 채권 확보 과정도 석연찮다. 군은 A사의 상가 예정 건물 부지 등이 이미 금융기관으로부터 44억여원에 달하는 근저당이 잡혀 있는데도 해당 부지 등에 대해 후순위로 근저당을 설정했다. 현행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엔 지방자치단체는 근저당 등 사권(私權)이 설정된 재산에 대해선 사권이 소멸되기 전에는 공유재산으로 취득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군은 행정 절차도 무시했다. 군이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위해선 사전에 공유재산심의위원회와 군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하지만 계약 체결 3개월 후 관련 절차를 밟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 안팎에선 군의 로컬푸드 직매장 임대차계약이 A사의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A사가 로컬푸드 직매장 임대용 건물을 신축한 뒤 A사가 소유한 건물 인근 땅값이 크게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로컬푸드 매장 부지가 최적지라고 판단해 계약부터 우선하게 됐고, 이 과정에 이 군수의 지시는 없었다”며 “논란이 된 후순위 근저당 설정도 법률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검토됐고 채권 확보를 하는데도 부동산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진안=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