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자체 ‘몇 만 명 일자리 창출’ 발표
이재명 경기지사 “숫자 빼고 발표할 것”
공공형 일자리 대부분 시간제ㆍ비정규직
소상공인ㆍ공목상권 살려 일자리 만들어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일자리 15만개 창출 목표 달성을 위해 전력투구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서울정부청사에서 홍 장관 주재로 열린 제 5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2019년 제 2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다.
#강원 춘천시는 2022년까지 1만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11일 밝혔다. 시는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해 4,000여 개, 민간투자유치와 기업유치를 통해 1만2,000여 개, 바이오ㆍIT산업 및 공공부문 사업 확대로 1,000여개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경기 성남시는 11일 올해 198억원을 들여 노인 8061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일자리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자리 몇 만 개를 만들겠다며 고용한파에 내 몰려 있는 구직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통계청 자료 분석에 기인한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9.5%로 5년 연속 9%대를 기록했고, 지난해 취업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9만7,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작 적게 늘어난 수치다. 반면 실업자 수는 107만3,000명으로 18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밝힌 계획이 실제 취업률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몇 만 명 창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몇 명이 취업했는지 결과 자료를 내 놓은 지자체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구직자들이 생색내기 용이라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경기도는 앞으로 일자리 창출 관련 자료를 낼 때 숫자를 빼겠다고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직접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 3일 열린 경기도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에서 “도민을 설득할 때 ‘경기도에서 일자리 숫자가 많이 늘어났다’고 보여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저는 숫자로 국민(도민)들한테 설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도에서 1년에 6만개의 일자리가 늘었다고 해 봤자 (대부분이 비정규직, 시간제 근로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도민이나 국민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는 물론 타 지자체들이 밝힌 공공형 일자리 대부분은 시간제 근로이거나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다. 참가 대상도 기초생활수급자나 저소득자 중심이다.
실제 성남시가 11일 발표한 노인일자리 8061개 대부분 시간제 근로다. 임금은 1인당 평균 30만~40만원 안팎이다. 지난해 말 밝힌 청년 일자리도 주로 시간제였다.
이 지사는 “경제적 부가가치 1억 원을 창출하는데 대형 체인점은 10명이 필요하고,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서 30명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과거 성장시대에는 10명에게 투자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활동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정적이지 못한 공공일자리를 늘리기보다 골목상권, 중소기업 지원 등을 통해 민간분야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다. 숫자를 앞세워 생색내기보다 실속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이 지사가 숫자를 빼겠다고 밝힌 이유다.
도 관계자는 “(이 지사의 말씀은) 광역단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자리 정책은 바로 도민들이 필요하고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라며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살리기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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