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텍 고공농성 끝낸 홍기탁ㆍ박준호
건강 악화에도 걸어 내려와… 바로 병원 이송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높이 굴뚝에 올라 세계 최장기간 굴뚝 농성을 이어오던 두 노동자가 마침내 땅을 밟았다. 2017년 11월 12일 이곳에 오른 지 426일만이다.
홍기탁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여섯 번의 교섭 끝에 파인텍 노사가 11일 오전 합의를 이뤄내자, 오후에 굴뚝 농성을 해제했다. 박 사무장이 먼저 오후 3시48분쯤 몸을 로프에 의지한 채 소방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걸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굴뚝 중간까진 사다리로, 중간부터는 계단으로 조심스레 내려오는 박 사무장을 향해 굴뚝 아래 모인 스타플렉스투쟁승리를위한공동행동 회원들은 “힘내라” “우리가 함께 할게”라고 응원했다. 박 사무장에 이어 홍 전 지회장이 땅을 밟은 시각은 오후 4시12분. 그렇게 높아 보이던 ‘하늘감옥’에서 내려오는 시간은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노사 합의를 이루고, 수백 일에 걸친 농성을 해제한 날이었지만, 서러움이 앞섰다. 홍 전 지회장은 미리 대기 중이던 응급용 침대에 앉은 채 “고맙다”고 입을 뗀 뒤 “노동조합 하나 지키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민주노조인데 그걸 지키는 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주먹을 불끈 쥐며 “청춘을 다 바쳤다. 민주노조 사수하자”고 각오를 다졌다. 박 사무장은 “안 울려고 했는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두 사람은 짧은 소감을 마친 뒤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했다. 악화한 건강 상태를 고려해 이들을 들것에 싣고 오는 방안 등이 애초 논의됐으나 스스로 걸어 내려오겠다는 두 사람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는 굴뚝 농성 해단식을 찾아, 426일만에 땅을 밟는 두 사람에게 신발을 선물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