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ㆍ18은 북한 특수부대가 주도한 폭동이다. 광주에 북한군 600명이 개입했다.” 극우 논객 지만원(77)씨 주장이다. 지씨는 ‘광주에 잠입한 북한 특수부대’를 ‘광수’라고 줄여 부른다. 제시한 근거라곤 5ㆍ18 당시 촬영된 사진이 유일하다. 그는 사진 속 인물을 제1광수, 제2광수, 제3광수 등으로 지목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등 광수 가운데 54명이 탈북해 한국에 왔다고도 했다. 지씨가 광수로 지목한 탈북민들이 1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5ㆍ18 당시 네 살이었다.” “77년부터 89년까지 수용소에 있었다.”
□ 5ㆍ18은 전두환 신군부의 정권 강탈에 맞선 시민적 저항운동으로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출발점이었다. 전두환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씨 주장을 전해 듣고 “600명이 뭔데? 처음 듣는데”라고 답했다. 그는 “북한군이 광주에 침투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극우 논객의 최고봉이라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조차 “기초적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관련 주장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씨는 꼴통 정도가 아니고 정상이 아닌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 5ㆍ18 진상조사위원 자유한국당 추천 몫을 놓고 한국당이 시끄럽다. 지씨는 자신을 선정해주지 않는다며 태극기 집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지씨를 김진태 의원은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 가장 많이 연구하고 제일 잘 알고 있는 분”이라며 “지씨를 추천해야 한다”고 옹호했다. 민간인 학살 등의 진상 규명에 나설 5ㆍ18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2월 특별법이 제정돼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등이 각각 조사위원 추천을 마쳤지만 한국당만 결정을 미뤄 시작도 못하고 있다.
□ 한국당 지도부는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북한군 개입설을 근거 없이 떠들어대는 인사를 추천했다가 어떤 역풍을 맞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내 이견을 핑계로 조사위원 선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이유는 뭘까. 태극기부대와 연결된 극우 유튜브마다 지씨를 옹호하는 주장이 넘쳐나는 탓이다. 인적 쇄신과 혁신을 보여주긴커녕 ‘보수 재건’을 명분으로 태극기부대와의 통합까지 부르짖는 한국당 일각의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막가파 극우 인사도 내치지 못하면서 ‘건강한 보수’를 외치는 건 코미디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