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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차 쓴소리도 하고, 의지할 내 사람이 필요한 듯

입력
2019.01.12 10:00
수정
2019.01.12 11:4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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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카톡방담] 文정부 청와대 2기

대통령 비서실 조직도=송정근 기자
대통령 비서실 조직도=송정근 기자

문재인정부 2기 청와대 비서실이 출범했다. 집권 3년차를 관리할 핵심면면들이 교체됐다. 2012년, 2017년 두 차례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문 대통령과 함께 한 노영민 전 주중대사와 강기정 전 의원이 주인공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깊게 이해하는 친문 측근인사를 비서실장에 발탁하고, 정무수석은 범주류내 3선 의원 출신으로 격을 높였다. 청와대의 국정장악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번 개편을 두고 우려도 없지 않다. 친문진영내 기성정치인 출신이 발탁됨으로써 대국민 쇄신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전체적으로 눈길을 잡아둘 파격인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감동은 덜했다. 전진배치된 측근인사들이 대통령과 가까운 만큼 직언을 서슴지 않고 외부와 소통을 넓히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반응을 둘러보기 위해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청와대 개편에 대한 여의도 반응이 어떤가요. ‘노영민 카드’는 단순한 친정체제 강화 말고 다른 배경도 있나요.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청와대 비서실장 경력은 임종석 전 실장이 먼저했지만 대통령과 함께한 시간으로 보면 노 실장이 훨씬 더 길죠. 임 전 실장이 발탁형이라면 노 실장은 원조 비서실장으로, 단순하게는 친정체제 강화라 할 수 있지만 실은 정치적 순리에 따른 다분히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정부출범 1년 안에 남북관계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역동적으로 시작한 임기 첫해 비서실장엔 젊은 이미지인데다 남북관계가 전공인 임 전 실장이 적임자였고, 경제상황 등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현재는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데다 기업 운영 이력도 있는 노 실장이 더 적합하죠. 집권 3년차에 들어선 지금은 이전보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할 수 있고, 대통령으로서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측근 참모가 필요했던 겁니다. 다만 한 정권에서 3~4명의 비서실장이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노 실장이 동력이 훨씬 떨어지는 집권 후반기,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등장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죠. 문 대통령이 현 시점에 가장 신임하는 참모를 호출한 건 그만큼 현상황에 대해 상당한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며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며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노영민 실장은 언제 임명되느냐 시기의 문제였다는 게 여권의 평가입니다.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데다, 노 실장의 의지 또한 컸다고 하니 이심전심인 셈이죠. 다음 총선 출마를 포기하고 비서실장 자리로 갔다는 게 의미심장한 대목입니다. 집권 3년차 최대 고비를 맞고 있는 문 대통령에겐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일 겁니다. 국민소통수석 자리는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고 해요. 한때 MBC 출신 김성수 의원 기용설이 나오는 등 대체로 MBC출신 인사들이 막판까지 총력을 다했다는 평이 나옵니다.

매일 낮술(낮술)=문 대통령이 집권직후 많이 외로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습니다. 김경수 양정철 우윤근 등 최측근이 모두 정치적 발돋움을 위해 혹은 백의종군을 위해 떠나 있었기 때문이죠. 젊고 신선한 임종석 실장도 총애했지만, 결국 위기 상황에선 정치적 동지의 조언과 지원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불나방=노영민 실장은 원조 친문 핵심인사죠. 이해찬 대표 체제의 여당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 당청간 협력 또는 긴장과 관련해 여의도에선 어떻게 보고 있나요. 의원들은 벌써부터 내년 총선공천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데.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를 방문한 노영민(오른쪽)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강기정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 오대근 기자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를 방문한 노영민(오른쪽)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강기정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 오대근 기자

탐구생활=여권에선 신임 비서실장의 등장으로 과거보다 긴밀한 당청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임 전 실장 시절 당청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게 공공연한 불만이었죠. 친문 실장이 들어온데다 정부 앞에 놓인 상황이 상황이 만큼 당청 소통도 긴밀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변수는 총선을 앞둔 공천이죠. 총선출마 의지가 강한 청와대 인사들의 경우 공천과정에서 당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입김 센 비서실장의 등장을 원했던 이유가 있겠죠.

불나방=야당과 협치가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주 얘기해왔죠. 강기정 정무수석은 정세균계 출신의 86세대 친문 인사인데요. 대 국회전략이나 선거제개편, 여야협치가 어떻게 바뀌어갈 것 같나요.

탐구생활=친문 최측근 참모를 중용한 개편으로 야권과의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는 게 중론입니다. 보수 야권의 공격대상인 조국 민정수석이 유임됐고 친문 색채가 강한 인사, 다소 과격한 이미지의 인사를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 포진시켜 이미 야권의 반감을 산 상황이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지금은 과감하게 정책과 스타일을 바꿔야 하는 때인데 과연 친문 인사들만 중용하면 국민이 감동할까, 야당이 만족할까”라고 지적했어요.

낮술=자유한국당은 3선 출신 강기정 정무수석에 대해 과거 폭행사건을 거론하며 정치적 공세에 나섰지만, 내심 소통은 보다 잘 될 것이란 분위기입니다. 전임 한병도 수석의 경우 서글서글한 성격이었지만 여의도 경력이 17대 초선이 전부여서 노련한 여야 중진들을 설득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죠.

강기정(왼쪽)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과 윤도한(오른쪽) 신임 국민소통수석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배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강기정(왼쪽)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과 윤도한(오른쪽) 신임 국민소통수석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배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홀리데이 핫초코=강기정 수석은 강성이미지와 협상가의 기질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평가예요. 임종석 전 실장도 강 수석을 소개하면서 언급했는데, 2015년 공무원 연금개혁 당시 연금개혁 공동위원장을 맡아 215일만에 개혁안을 통과시킨 장본인이기도 해요.

불나방=청와대 개편의 필요성을 불러온 건 특감반원의 민간인사찰 의혹과도 무관치 않죠. 그러나 민정수석은 바뀌지 않았어요. 대통령 신임에 따라 여권내 ‘조국 대망론’은 강화된 건가요.

탐구생활=국회 운영위 출석으로 상징성과 존재감이 커진 상황에서 재신임으로 다시 한번 인물론이 부각되고 있죠.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할 토대를 구축한 건 분명하지만 발탁 이유이자 정부의 핵심과제인 권력기관 개혁을 여전히 완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직 물음표가 붙습니다.

낮술=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조국을 두고 ‘정치를 할 것 같다’고 말한 점을 눈여겨 봐야 합니다. 양 전 비서관은 정치를 고사하던 문 대통령이 어떻게 직업정치인의 길로 접어 들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죠. 시대가 원하고 국민이 요구하면 결국 정치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게 양정철의 생각으로 보입니다. 사실 청와대에서 수석을 하고 있는 자체가 가장 정치적인 행위 아닐까요. 총선에는 나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른 길로 일하다 대선직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 대통령 앞에 설치된 프롬프터에는 기자들의 질문 요지와 남아 있는 질의ㆍ응답 시간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로 가진 신년기자회견을 자유토론 방식으로 직접 진행하며 90분 동안 25개 질문에 답했다. 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 대통령 앞에 설치된 프롬프터에는 기자들의 질문 요지와 남아 있는 질의ㆍ응답 시간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로 가진 신년기자회견을 자유토론 방식으로 직접 진행하며 90분 동안 25개 질문에 답했다. 류효진 기자

불나방=청와대 개편 후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있었죠. 사전각본 없이 진행되다 보니 국민관심사를 적절히 배분해 묻는 효율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국회둔치주차장 E구역=일각에선 선거제 개혁 등 정치개혁 사안이나 한미 방위비부담금 논란 등 중대 현안 질문이 빠져 아쉬웠다는 평이 있었죠. 다만 박근혜 대통령 때와 비교해 대통령이 직접 사회를 진행하며 어떤 질문이든 쳐내지 않고 적절히 답변했다는 점에서 일반 국민에겐 신선하게 비친 듯합니다. 탈(脫) 권위주의적 형식은 긍정적인 평을 받았죠. 박근혜 정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무슨 자신감으로”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었겠냐는 얘기들을 주변에서 꽤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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