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5만~10만원 수준에도
교통ㆍ생활편의시설 동떨어져
8일 오후 9시 경기 양주시 옥정신도시 행복주택 아파트. 한창 사람들이 퇴근해 머물 시간임에도 불이 꺼진 가구가 많아 어두컴컴했다. 지난해 10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전체 1,500가구 중 이날 현재 898가구가 텅 비어 있었다. 공실률은 59.8%. 전용면적 21㎡~36㎡ 형태로, 월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인 5만~10만원밖에 되지 않지만, 세입자가 기대만큼 차지 않은 것이다.
의정부시 택지지구 행복주택도 사정은 비슷했다. 전체 812가구 중 80가구가 빈 상태로 있다. 최근 퇴거를 신청한 가구까지 더하면 빈집은 100가구를 훌쩍 넘는다. 인근 주민 추모(50)씨는 “임대료도 싸고 외형도 그럴듯한데, 버스편이나 전철역이 멀리 떨어져 있어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역점적으로 건설 중인 행복주택 가운데 상당수가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ㆍ사회초년생ㆍ신혼부부 등 청년에게 주변 시세 대비 최대 60% 저렴하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방개발공사 등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업 계획을 승인 받아 짓는 식이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6만1,000여 가구(모집공고 기준)가 공급됐다. 행복주택은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매년 공적임대 17만호 공급 등)의 핵심이다. 그러나 일부 단지가 전철역, 중심상업지 등 생활편의시설과 멀리 떨어진 곳에 지어져 입주 대상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임종성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LH의 행복주택 1만8,353가구 중 6개월 이상 빈 가구가 2,054가구로 11.1%에 달했다. 이는 다른 임대주택인 신축다세대(6.39%), 10년 공공임대(2.0%), 영구임대(1.3%)의 공가율 보다 훨씬 높다.
빈 집으로 인한 임대료 손실금만 한해 8억2,000만원에 달한다.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LH 관계자는 “자금문제, 국토균형 발전차원에서 선호도가 높은 서울 인근이나 전철역 주변에만 지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휴먼건축학부)는 “정부의 행복주택 건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요조사 없이 입지여건도 좋지 않은 곳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며 “입주 대상자 눈높이에 맞는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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