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말부터 대구의 유명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 신생아가 30명을 넘어섰다. 조리원이 기관 내 신생아ㆍ산모의 초기 증상을 쉬쉬하는 등 부실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대구시에 따르면 달서구의 A산후조리원에 입실했던 신생아 33명이 이날까지 RSV 확진판정을 받았다. RSV는 감기와 초기 증상이 비슷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노인이 감염됐을 경우 모세기관지염과 폐렴으로 진행될 수 있다. 선천성 심장 기형아, 조산아 등 면역력이 낮은 신생아들이 RSV에 감염될 경우 사망률이 5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RSV 등 감염병은 신생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현행 모자보건법은 조리원 내 감염이 의심되는 임산부ㆍ신생아가 있을 경우 즉시 의료기관으로 이송하고 보건소에 신고토록 돼있다. 그러나 A산후조리원에 아이를 맡긴 일부 부모들은 RSV 확진 사실을 조리원에 알렸지만, 조리원 측은 별일이 아니라고 하다가 지난 5일에서야 병실을 폐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산후조리원이 감염 사실을 쉬쉬하는 일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RSV 등 감염병 의심 임산부나 영유아가 발생했는데도 조리원이 이들을 의료기관에 이송하지 않거나, 이송 사실을 보건소에 알리지 않아 행정처분을 받은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24건에 달한다. 행정처분은 2014년 17건, 2015년 26건, 2016년 38건, 2017년 42건 등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산후조리원이 산모ㆍ신생아를 의료기관으로 이송한 사실을 보건소에 알리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기존 100만원에서 200만으로 올리고, 조리원 명칭을 공개하도록 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조리원의 경우 입소문이 중요해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 입을 닫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는 게 산모들의 목소리다. 신생아ㆍ산모가 산후조리원 퇴원 후 확진을 받았다면 조리원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대구시 달서구보건소 관계자는 “조리원에 입원 중인 이들이 확진을 받으면 관리 소홀로 인한 행정처분이 가능하지만, 퇴원 후 감염에 대해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항이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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